
Joy
7 years ago

파친코
평균 3.9
조금만 읽고도 지나친 내면 설명에 질려버렸다. 분명 짜임새 있고 다이나믹도 있다. 성실한 고증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인물의 내면을 구구절절 경험에 비춰- 가치관에 따라- 입장에 비춰- 하나씩- 설명하는 방식이 세련되지는 않은 것 같다. 심지어 그 시대 인물들의 삶과 생각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이 행동이나 언행으로 사고를 은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설명하고 그에 따라 행동이나 언행을 보여주는 식의 증거 나열식으로 끊임없이, 계속 반복해서, 진행된다. 분명 내 식견이 모자라거나 참을성이 부족해서 이 책을 읽기가 버거운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소설을 싫어하는 다른 독자들을 위한 경고성 리뷰다. 그리고 또한 구시대적 사고를 그대로 재현해내고자 하는 피땀 어린 노력을 굳이 읽고 싶진 않다. 나는 어떤 책에서든 작가의 가치관과 시각으로 사건을 재해석하거나 비틀어 보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당시대 사람들의 '낡은 사고방식'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그럴싸하게, 타당하게 있을 법하게 묘사하는 데에 열을 올린다. 혁명적인 시각은 없고, 전복적인 관찰도 없다. 그 시대 그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고 오직 자신만이 오롯이 직접 체감하길 원하는 독자에게는 이 소설을 추천한다. 하지만 같은 시대에 사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듯이 하나를 함께 바라보는 방식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이 소설은 좀 무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