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리

뭐 그런 거지
평균 1.9
연기를 제외한 영화의 모든 부분을 홀로 진행했던 데뷔작 <기행>과 마찬가지로, <뭐 그런 거지> 또한 이하람 감독이 연출, 각본, 편집, 촬영, 사운드, 음악, 소품, 색보정, VFX 등 영화의 모든 부분을 홀로 진행한 작품이다. 데뷔작이 전래동화나 그림책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과 이야기를 선보였다면, <뭐 그런 거지>는 어딘가 SF적인 터치에서 출발한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하늘을 떠다니는 UFO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 영화는 한 쌍의 남여 커플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지구가 망해가고 있다는 전제 하에, 두 사람은 사람들을 골라 죽인다. 그들의 살해대상은 아이를 납치하려던 남자, 원조교제를 일삼는 남자, 자동차를 훔치려던 남자 등 범죄자라 할 수 있는 이들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악인들을 골라 죽이는 자경단으로서의 연쇄살인마의 이야기 같은 것은 아니다. 커플은 마치 망해가는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들에게 신체를 강탈당한 사람들인 것 마냥 행동한다. 그들은 서부극의 무법자 같기도, 로드무비의 방랑자 같기도, 불시착한 SF영화의 주인공 같기도 하다. 영화는 어느 것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다만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함께 죽기를 꿈꾼다. 영화에서 명확한 것은 그 뿐이며, 두 사람이 저지르는 폭력은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고 망해가는 세계에 대항하는 방식이다. 영화는 역사 속 이미지들에서 가져온 폭력의 계보 위에 두 사람의 폭력을 얹고자 한다. 이 시도는 성공적이진 못하다. 저승 혹은 천국으로 향하는 처녀귀신과 소년의 단선적 여정이었던 <기행>의 이야기와 다르게, 목적지도 목표도 없는 <뭐 그런 거지>의 인물들을 관객이 쫓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1인 제작의 한계를 조금씩 자신의 스타일이자 개성으로 만들어가는 이하람의 꾸준함을 재차 목격할 수 있다는 반가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