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오세일

오세일

1 year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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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영화 ・ 2024

평균 3.0

영화는 한없이 느리다. 사실 단순히 '느리다'라는 표현만으로는 너무나도 부족한, 관객들에게 일종의 도전을 건네는 이미지들의 나열에 가깝다. 시작부터 스스로 평범한 영화가 아닐 것임을 선언하고 가는 초반부. 여성의 자궁에서 아기가 태어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매우 적나라한 방식으로 숏에 박제되며, 하이 앵글로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온전한 고통을 실감시킨다. 하지만 그렇게 힘겨운 과정을 거치며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는, 안타깝게도 미숙아의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다. <4월>에는 그 어떠한 새 생명의 탄생에 대한 숭고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낙태(혹은 미숙아)라는 테마를 메인으로 채택하며, 원치 않은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재차 공유한다. 그렇기에 영화의 극단적으로 느린 숏의 호흡들은, 원치 않은 삶을 살게 된 모든 그녀들의 시간을 지독하게 체감케 한다. 낙태가 불법으로 지정된 조지아라는 나라에서, 낙태를 지지하는 산부인과 의사 니나의 이야기. 하지만 감독은 결코 편향된 방향으로 극이 치우쳐지게 놔두지 않는다. 오히려 낙태의 철학적 화두에 대한 딜레마와 판단을 관객들에게 유보한다. 영화는 이미 한차례 낙태에 대한 경험이 있는 니나와, 그의 동료이자 동시에 전 남편인 의사의 8년 전 이야기를 공개한다. 원치 않는 임신을 경험했었기에 낙타를 지지하는 니나, 그리고 과거의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현재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남자. 영화에 뜬금없이 꾸준하게 등장하던 괴물의 형태를 띤 무언의 존재. 그 존재는 바로 8년 전 그들이 낙태를 결심한 아기의 실체화이며, 아기의 아버지인 남자는 실체화된 아기와 포옹을 하기도 한다. 영화의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하나의 씬. 아름답던 꽃밭에 불현듯 먹구름이 일기 시작하더니, 금세 엄청난 양의 비를 쏟아낸다. 그렇게 향기로운 꽃들은 하나둘씩 생기를 잃어가기 시작하고, 관객들은 그러한 꽃들을 끝내 지켜주지 못한다. 어찌 자연의 이치인 먹구름을 한낱 인간의 존재들이 쫓아낼 수 있겠는가. 그녀들의 삶도 마치 그 먹구름에 희생되어가는 꽃밭과 같다. 아름답던 청춘의 나날들이 단 한 번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 이미 몸에 생명이 잉태된 찰나부터, 우리들은 그것을 막을 수 없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먹구름이 갠 뒤에 다시금 생명력을 얻어 가는 꽃들처럼,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뿐. 아니면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낙태라는 금기. 두 갈래로 나뉜 이 길 중에서, 당신은 어떠한 길을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