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율은사랑

율은사랑

11 month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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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오후

영화 ・ 2024

평균 3.8

이것은 한 투우사에 대한 다큐멘터리이지만 본질적으로 미와 추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보인다. 투우가 진행되는 투우장 위에는 투우사가 선보이는 우아한 기술과 피를 내는 잔혹한 폭력, 죽음과 관련된 긴장 또는 열광과 그리고 한 투우사의 알 수 없는 열정이 내내 교차한다. 알베르 세라 감독은 투우와 관련된 사회적 논쟁을 굳이 끌어오기보다는 투우의 원시적이고도 잔혹하면서도 고풍적이고 정열적이며 역동적인 스펙터클이 만드는 논쟁적인 아름다움에 천착한다. 비록 영화가 논쟁적인 아름다움을 다룬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마치 미와 추가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무도를 추는 것 같은 황홀한 유혹으로 가득 차있다. 순수미학과 추의 미학을 재인식하게 되는 영화적 체험. 추측컨대 이 영화의 제목은 헤밍웨이의 투우에 관한 에세이 <오후의 죽음>에서 왔지 않았을까 싶다. 스페인에서 투우 경기는 오후에 진행되기 때문에 ‘오후의 죽음’은 소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와 비교하면 <고독의 오후>라는 제목은 소가 아니라 투우사의 내면을 드러내는 제목이다. 투우 경기에 나설 때마다 마치 의식을 치르듯 전통의상을 입고 소뿔에 받혀 죽을 위험을 피하며 관중을 열광시킬 기술을 보여야하는 투우사는 어떤 존재인 걸까. 투우장 위에서 프로의식을 떠나서 죽음을 홀로 마주하는 존재로서 한편으로 고독하지 않을까 감히 추측할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다큐의 주인공의 열정을 더욱 이해할 수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에 대해 경외감이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