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진

모럴센스
평균 2.4
개 이름이 미호예요? - 사업팀에서 홍보팀으로 새로 자리를 옮긴 정지후 대리를 처음 본 정지우 사원은 그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느 날 회사로 자신에게 소포가 도착해 지우가 챙겨가지만 사실 그 소포는 이름이 비슷한 지후의 것이었고, 지후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지우를 찾아가지만 이미 자신의 남다른 성적 취향을 지우에게 들킨 이후였다. 상당히 발칙한 소재를 가지고 사랑 속에서의 권력 구조를 다루는 듯한 뉘앙스는 좋았으나, 그 발칙함을 제대로 잇지 않고 애매하게 마무리하는 과정이 많이 아쉬운 영화다. 사실 취향을 들키거나 취향에 동화되는 과정까지는 나쁘지 않다. 해당 취향의 짤막한 설명을 곁들이는 부분도 좋고, 그것들을 은근히 강아지의 입장으로 은유하거나 조건을 합의하는 과정들은 가볍게 봐줄만하다. 캐릭터성을 자연스럽게 쌓기보다는 급하게 과장하는 느낌이 강해서 콩트처럼 느껴지는 장면들은 아쉽지만, 어쨌거나 발칙한 소재를 코믹하게 엮어내기 위한 시도로 보자면 여기까지는 가볍게 즐기기에 큰 손색이 없어 보인다. 여러모로 초반부는 동물 연기와 더불어서 살짝 관능적인 장면들도 눈에 띈다. 문제는 그 이후 영화가 확실한 노선을 잡고 간다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취향에 대하여 나열하는 부분들은 배우들이 열심히 연기는 하지만 과감함이 부족해 겉핥기에 불과하다. 이런 소재를 왜 이렇게 얌전하게 다루는지 의문이 드는 과정 이후 후반부에는 뒤늦게 진솔한 사랑 이야기를 하지만, 그러기엔 이미 엎질러 놓은 소재와 톤이 맞지 않아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납득하기가 어렵다. 차라리 동물 연기를 펼치던 초반부의 익살을 이어 코믹한 분위기로 엮어냈다면 훨씬 나은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