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보고 밥먹고 커피마시고 산책해요

쇼군
평균 3.9
<쇼군>을 보고, 일본은 같은 아시아인데, 왜 이렇게 다르지?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된다. 박경리 작가의 <일본산고>에서 일본의 문화적 정체성은 집단성, 계층적 질서, 외부에 대한 경계로 정의된다고 말하는데, 드라마 <쇼군>을 보면 "아, 딱 이 얘기구나" 싶을 정도로 이런 요소가 뚜렷하게 보인다. 작품 속 사무라이들은 주군을 위해 죽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여기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개인이 집단에 완전히 흡수되는 구조이다. 현대 일본 기업문화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이는데, 회사를 위해 희생하는 샐러리맨 이라는 개념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과로사(카로시)나 "상사가 까라면 까야지" 같은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또한, 주군을 위해 가족을 버리거나 할복하는 장면을 보면 일본의 "명예"는 체면 유지와 수치 회피에 집중되어 있다는걸 알 수 있다. 쇼군 속 권력 다툼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공식적인 태도(다테마에)와 속마음(혼네)을 철저하게 구분하는데, 현대 일본의 외교나 기업 문화에서도 이런 모습이 '겉으로는 화합', '속으로는 경쟁'의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일본에서 충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르다.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혈연,지연을 기반으로 의리를 중시하지만, 일본의 충성은 계약적 관계에 가깝다. 예를 들어,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유비가 죽은 후에도 유선을 끝까지 보필하지만, 쇼군 속 가신들은 상황에 따라 주군을 바꾸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일본은 한국·중국과 유교·불교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지리적으로 폐쇄적이고 사무라이 중심의 전쟁 문화 속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형성했다. 마치 같은 기독교 문화권이라도 라틴아메리카와 유럽이 완전히 다른 역사를 가진 것처럼 말이다. 결국, <쇼군>의 세계관이 한국 관객에게 이질적이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도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동양"과 일본이 가진 "낯선 동양" 사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나의 다소 비판적 시선과 별개로, 드라마 <쇼군>은 일본 전통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출과 미술로 극찬 받을 만한 작품이다. #"이세계에 떨어졌는데 자동 통역 능력이 없어서 할복 위기 1초 전 입니다." #후지사마 카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