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영생

소통과 거짓말
평균 2.7
<소통과 거짓말>은 <해피뻐스데이>에 비해 훨씬 어둡다.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는 내면의 지옥을 따라가며 관객이 경험하는 것은 끊임없는 감정적 하강이다. 정사각형 사이즈로 찍힌 화면은 인물들에게 일체의 탈출구도, 약간의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하게 인물들을 가두며 장선과 김권후가 연기하는 남녀 주인공은 각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채 자신의 신체가 파열되는 과정을, 또는 자신의 마음이 붕괴되는 과정을 또 다른 자아가 지켜보는 듯이 행동한다. 일차적으로 이 인물들의 자기파괴적인 일상들이 묘사되는 면면은 아프다. 우리는 마음이 아플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아프게 될 것 같은 착각을 이 영화를 보며 느낀다. 경이적인 것은 그 병든 인간의 슬픈 상황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살아내는 것처럼 해내는 배우들의 연기다. <해피뻐스데이>에서 정복을 연기했던 장선은 특히, 어떤 연기론도 무색한 몰아의 경지를 화면에 구현한 것처럼 나는 느꼈다. 장선은 슬프다는 것을 슬프다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 슬프다는 것을 슬프다고 표현하는 것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영화 속에 존재했다. 이것은 의지로 되는 것도, 이해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라고 나는 추측한다. 비록 허구의 인물이지만 그 인물의 슬픔에 거의 완전히 동화될 수 있는 기운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슬픔과 불행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노력에는 예상하기 힘든 기운이 필요하다. 다르게 말해서 우리는 자신을 훼손하면서까지, 또는 훼손할 수 있는 용기와 기운을 갖춰야만 다른 사람의 슬픔의 깊이에 가깝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장선의 연기가 그 비슷한 경지의 훼손을 치르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성취로 보였다. (글) 김영진 (영화평론가) 저작권자 ⓒ 씨네21.(www.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