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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

오세일

1 year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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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영화 ・ 1953

평균 3.6

어쩌면 <나는 고백한다>는 허다한 히치콕의 세계들 중에서도 가장 부조리한 순간의 연속으로 점철된 사회상의 집약이 아닐까 싶다. 나라를 위해 스스로 전쟁에 자원했다는 사실과 그로부터 받은 훈장이 현재에서는 곧 펼쳐진 사건과 관련된 폭력의 가능성으로 전제되는 오인의 시선도 그렇지만, 애초부터 신부라는 직업을 가진 로건이 과거에는 전쟁에 참여한 전적이 있고 지금은 어떠한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었다는 이 상황 자체가 묘한 아이러니가 아닌가.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와 그의 서사는 이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설정처럼 잊히고, 어느샌가 그 자리에는 로건과 그의 전 애인 루스의 사이에 얽혀있는 전사가 파고든다. <나는 고백한다>는 일종의 비인정으로 둘러싸인 끝없는 의심과 부조리의 세계이다. 정작 진짜 범인인 켈러는 계속해서 로건을 곤경에 빠뜨린다. 처음에는 살인을 했다는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로건에게 고해성사를 부탁했으나, 이내 그의 심경은 죄책감에서 불안감으로 변질된다. 자신이 술술 불어낸 범죄의 행각을 로건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는 가정에 대한 불안감. 그래서 켈러는 로건의 윤리 의식을 자극한다. 신부라는 직업은 결코 신자와의 고해성사에서 들은 내용을 입 밖으로 발설할 수 없다는 종교적인 규칙을 읊어대며, 그의 선택적 행보를 딜레마의 고초로 몰고 간다. 십자가를 어깨에 이고 힘겹게 걸어가는 예수의 석상과 고뇌를 짊어진 채 거리를 방황하는 로건의 모습을, 그리고 자기 것이 아닌 성직복의 실체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의 로건과 그의 머리 위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동시에 담아낸 숏 등이 그가 처해 있는 딜레마의 정서를 한 층 강화한다. 역시나 히치콕의 미장센은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촛불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빛을 향해 어둠을 거니는 로건이라는 피사체와 그림자의 질식적인 프레임, 그러한 공간에서 불현듯 진행되는 고해성사의 순간까지. 빛과 어둠의 대비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연출적 시도이지만, 히치콕만큼이나 세련된 방식으로 그것을 기능하게 만드는 감독은 여태껏 (거의) 보지 못했다. 법정에서 켈러가 거짓을 자백할 때 사용된 카메라의 틸트와 더치 앵글은 그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감정적 동요를 자극하며, 적재적소에 배치된 롱 숏과 클로즈업의 촬영은 순간의 정서를 찰나의 상황과 탁월하게 결부시킨다. 종교의 힘이 닿지 않는 인간 세계만의 문제가 존재하기에 인류는 법을 만들어냈고, 그곳에서는 신부 또한 신을 섬기는 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사회 구성원이다. 여전히 흥미로운 히치콕의 영화적 사회 실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