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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포니

시포니

7 month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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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연대기

영화 ・ 2025

평균 3.1

시각의 언어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단편적인 그림들이 연결되어 리디아의 유년 시절을 추상적인듯 사실적으로 그려내 누군가는 불행 포르노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단순한 불행 포르노라고 한다면, 리디아가 대학 강사로 일하며 받은 그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 겪은 일인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을 수 있는 일인 건지. 놀리는 듯한 그 질문들.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풀어낸 영화는 때론 추상적으로 때론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묘사해 불편함을 남긴다. 나는 그 불편함을 러닝 타임 내내 겪었다. 하지만, 리디아가 세 번째의 결혼에서 가정을 이루는데 성공했을 때 그 낯에서 처음으로 불안과 방황, 우울과 두려움이 아닌 안정을 목도했을 때 눈물이 났다. 그냥 저 기나긴 방황과 우울에서 안정을 찾아낸 점에 안도를 느끼게 되었다. 언제나 헤매일 것만 같았던 리디아의 안정은 우상이었던 언니 없이, 그를 방치하던 어머니 없이, 유년 시절의 학대로 평생을 괴롭게 만들었던 아버지 없이 찾아왔다. 그 점이 기뻤다. 영화는 누군가의 인생을 스토리 형식으로 재현했다기 보단 영상 예술로서 구현해내고자 했다. 아마 시간적 흐름이 아닌 챕터에 나뉘어 물 흐르듯 기억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원작을 원형대로 구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크리스틴의 이전 단편작을 본 적이 없었지만 시각, 청각적으로 아름다웠던 영상미는 크리스틴의 미감이 정말 훌륭하단 생각만이 머릿속을 채웠다. 크레딧이 내려가는 내내 반반으로 나뉜 영상들이 정말 아름다워 크레딧을 계속 보고 싶단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다.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크리스틴의 이야기도 함께함을 느꼈을 것이다. 주연 배우가 크리스틴과 닮았단 인상을 받기도 했고 그 방황 속 연애가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배우로서의 그가 우리에게 매스미디어의 가쉽들로서 익숙해서가 아닐까. 사람마다 느끼는 감상들이 많이 다르겠으나 나는 리디아의 삶에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30th 부산국제영화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