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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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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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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책 ・ 2024

평균 3.3

어느 날 갑자기 킴 카다시안의 이름이 소환됐다. ‘패리스 은지 튼튼’이 땀을 흘리면 선풍기 매니절에게 호통부터 치고 보는 할리우드 스타 ‘퀸가비’의 활약을 담은 페이크 다큐 포맷으로 담은 유튜브 <디바마을 퀸가비>의 댓글창에서다. <디바마을 퀸가비>의 여진솔 PD 또한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기획의 시작이 “카다시안 패밀리 일원이 나오는 MTV 시리즈물이나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미국 리얼리티 쇼”였다고 말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문화 비평가 에밀리 부틀은 그의 첫 책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이진 옮김, 푸른숲, 2024)에서 킴 카다시안이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는 대중문화의 역사부터 짚고 시작한다. 누군가 킴 카다시안의 라이프 스타일을 궁금해하고 그를 부러워할 수는 있지만, 그게 그가 충분히 진정성 넘치는 사람이라서는 아니다. 하지만, 셀럽 혹은 인플루언서가 아닌 우리는 모두 진정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어쩌면 셀럽 혹은 인플루언서가 아니기 때문에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지도 모른다.    “가톨릭 교회의 고해실에서 우리는 ‘내가 나쁜가요?’라고 묻는다. 정신 분석가의 소파에서 우리는 ‘내가 미친 건가요?’ 라고 묻는다. 자기 돌봄 문화 속에서 우리는 ‘내가 행복한가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우리는 ‘내가 진정성이 있나요?’라고 묻는다.” -에밀리 부틀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p.209 책 전반에 걸쳐 ‘해독제’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쓰인 점이 눈에 띄었다. SNS를 할수록 소모적이고 피로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에 대한 심리적, 구조적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이 책은 진정성 문화가 얼마나 유해한지에 대해서 파고든다. 우리가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나머지, 온라인 공간에서 마치 고해 성사하듯 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설가와 의류 브랜드도 문책을 당하게 된다. 자전적 소설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는 글쓰기일까? 작가들에게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서만 쓰라고 요구하는 것이 온당한 걸까? 의류 브랜드 웹사이트에 ‘기후 정책’이라든가 ‘제품의 생산 과정’을 공개해두었다면, 소비자로서 해당 기업이 그런 문제에 신경을 쓴다고 믿고 안심하고 넘어가도 되는 걸까? 그러니까, 진정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을 써도 괜찮은 걸까?   이런 식으로 “진정성 문화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거나 더 많은 문제를 유발하는 영역”을 찾아낸다. 다만, ‘왜’를 찾고나서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까지 가지는 못하는데, 한계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어떤 독자들은 그 점을 아쉬워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