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원

나는 100kg이다
평균 2.8
'자기관리에 실패한 사람', '살이 저렇게 찔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한 게으른 사람'. 사람들은 벌써 내가 크나큰 실패를 했다는 듯 안타까워한다. 내 실패를 고쳐 주려는 사람들이 가리키는 것은 젊고 마른 몸이다. 그 마른 몸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무지하고 관심도 없지만 자신이 보기에 좋은 몸을 요구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마른 몸을 간절히 원했다. 그게 정답인 줄 알았으니까. 지금은 온전히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원한다. 고도비만이거나 마르거나 엄청난 근육질의 몸이 아닌 내가 원하는만큼 푹 자고 일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몸. 지금부터 운동을 시작하면 언젠가는 체력이 좋아질 수 있겠지. 그렇게 40대를지나 50대, 60대를 넘어서도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림을 그리며 살기 위해 평생을 쓸 체력을 차곡차곡 저금해 나갈 것이다. =================== 100 kg이라고 해서 다짜고짜 평가한 뒤 조언을 가장해 전하는 오지랖을 받아도 되는 사람, 받아도 괜찮은 사람이 아니다. 다정한 척하는 참견과 다정한 조언을 구별할 줄은 안다. =================== 기독교는 대부분 동성애를 죄라고 말한다. 내 삶이 죄라는 말을 일주일마다 듣고 싶지 않았다. ==================== 아빠는 나를 혼낼 때 차마 때릴 수 없어서 수건으로 손바닥을 때렸고 엄마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면 어떻게든 도와주었다. 동생과 나는 절대 서로를 때린 적이 없었다. 딱 한 번 동생보다 20cm나 작은 내가 손을 올린 것에 동생이 충격을 받아 울어버렸다. 참 다정한 집에서 살았구나. =================== 비만 여성으로 지내면서 몸 때문에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첫 번째로는 내 몸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 두 번째로는 사람들의 시선이 가득 꽂힐 때예요. 어린아이의 신기하다는듯한 시선부터 중년남성의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시선까지 정말 다양하게 겪어요. 목을 꺽어가면서까지 저를 쳐다보던 아저씨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 친구들의 시선까지 꺼리게 되던 적도 있었죠. 다행히 저는 기질적으로 마이웨이이며,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순간을 피하기보다 즐기기로 했어요. 이제는 누가 저를 쳐다보면 저도 쳐다봅니다. 같은 방식으로요. ===================== 마른 사람이 흘리는 건 '땀'이지만 뚱뚱한 사람이 흘리는 건 '육수'라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 ===================== 내가 좋지 않은 대접을 받았을 때 '내가 뚱뚱해서 그런 건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를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사람'으로 점점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