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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형뮤지션

르네상스형뮤지션

5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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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의 재판

영화 ・ 1961

평균 3.9

'그런 잔혹행위는 극소수 극단주의자들의 짓이었습니다. 극소수의 독일인만이 무슨 일이 진행 중인지 알았어요.' 알지 못했다와 암묵적 동의 사이의 굴레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모호한 부분이, 회색지대가 존재하는가.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이제 안다. '판사는 법을 만들지 않는다. 자국의 법을 집행할 뿐이다.' 입법부가 잘못 만든 법에 따라 집행한 판사에게 죄를 물리는 문제는 쉽지 않다. 흔히 오용되는 '악법도 법이다'는 이 지점에도 물들어 있다. 이런 때 적용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공통된 사회 정의는 인간애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 넓게는 전범 재판이지만, 핀트는 결국 휴머니즘. 손가락을 반대로 가리켜 시선을 달리 하면, 승전국의 판사가 패전국의 판사를 재판하는 건 어떤가. 연합국은 심판할, 단죄할 위치가 되나. 승전은 곧 정의인가. '나는 평생 조국에 봉사했습니다. 어떤 자리에 임명되더라도 성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악의 없이 봉사했습니다. 개인의 정의감을 희생하고 권위있는 법 질서에 따르라. 법 조항만 생각하고 그것이 정의로운지 아닌지 가리려 하지 말라. 판사로서 다른 길은 없었습니다.' / '국가를 지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미국에도 있습니다...국가는 바위가 아닙니다. 한 개인의 연장이 아닙니다. 국가란 가장 어려운 사안에 어떤 입장을 견지하느냐입니다.' '아무도 증오를 품고 살 수는 없어요. 잊어야만 했어요, 계속 살아가려면.', '오늘은 당신에 내게 선고하지만, 내일은 볼셰비키가 당신에게 선고할 거요!' 마를린 디트리히나 주디 갈란드,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잠시 조연으로 출연할 정도로 화려진 출연진. 모두 영화의 가치를 알고 적은 비용만 받았다.(몽고메리의 경우 무료로 출연하겠다고 했지만, 교통비,호텔비,술값으로 든 돈이 출연료에 육박했다고...) 대본도 못 외우고 넘 긴장한 데다 상태도 엉망이던 몽고메리 일화도 재밌고, <스타 이즈 본> 이후 6년 가까이 아무 영화에도 출연하지 않고 약물중독에 살이 급격히 쪘던 주디 갈란드가 한물 갔다고 생각했던 대중의 생각과 달리 그녀의 열정적인 연기에 완전히 매료된 감독의 일화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몽고메리와 주디가 이 영화를 통해 절친이 되었고 (자기 분량 끝나고도 촬영장에서 지내다가)주디 연기를 지켜보고 눈물콧물 범벅이 될 정도로 감동했다는 뒷말이 흥미롭고 매력적. 연기자의 감정이란. '이는 평범한 재판이 아니며,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편협한 논리의 재판입니다. 본 법정은 공공연하게 몇 사람에 대한 보복의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법정물의 마스터피스로 손꼽을 만하다. 메시지는 짙고 선명하면서도 지나치게 치우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11분의 원컷 스피치는 장엄하기까지 하다. 영화가 개봉된 때는 미국 통치구역의 뉘른베르크 재판을 받은 독일인들은 모두 풀려난 후였다. 법정물 장르의 특성 상 대부분 세트에서 촬영되었지만, 외부 촬영의 경우 뉘른베르크와 베를린에서 촬영되었다고. 영화에서 언급되는 말머디Malmedy 사건은 1944년 격렬했던 벌지 전투에서 독일군이 사로잡은 미군 포로 84명을 들판에 세우고 기관총으로 난사해 학살했던 역사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