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벨라 타르를 처음 만났다. 명성의 휘광에 주눅들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오프닝부터 시작되는 롱테이크의 연속은 영화가 납득되는지를 떠나서 그 자체로 탄식이 나온다. 연속된 롱테이크만으로 영화를 완결하겠다는 결단은 의도일까 필요일까 과시일까 자만일까. 과문한 나로서는 여전히 제대로 판단할 수 없지만, 느리게 움직이면서도 끝까지 응시하는 카메라는 시간의 틈새를 비집고 나와 머릿속을 헤집는 사유의 통로가 된다. 영화를 보고 있는데도 또 다른 의식의 시공간 속에 놓여진 느낌. 이것은 이미 명성의 휘광에 굴복하여 이끌어진 헛된 생각은 아닐까. 복잡해진다. . 욕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는 느릿하지만 필연적인 파멸의 길로 걸어간다. 아니, 멈춰있는 인간에게 파멸은 당연하게 찾아오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 다가가지 않는 카메라. 응시되는 욕망의 자리엔 들개만이 서성인다. 끝내 들개와 일치된듯이 마주 보고 짖어댈때 짐승과 다를바 없는 인간 본연의 너저분한 욕망은 그 자체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가까이 할 수 없는 결계라도 있는듯 그 자리에서 응시하는 카메라는 일말의 동정마저도 거부하는 단호함이 있다. 운명적인 또는 필연적인, 인간으로서의 파멸. 처음 만난 벨라 타르는 구원의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는 폐허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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