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상민

백두 번째 구름
평균 3.4
<녹차의 중력>을 통하여 ‘원인’과 ‘배경’을 살펴본 뒤 정성일은 <백두번째 구름>을 통해 오랜 시간 쌓여진 연출자의 삶과 지향이 2010년대의 영화 제작 현장에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를 보인다. <달빛 길어올리기>부터 임권택이 필름을 사용했던 것처럼, <화장>의 제작 현장은 철저한 디지털의 장이다. 예산이 부족할지라도, 더 이상 필름을 소모될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현장에서 ‘아날로그’는 무시할 수 없다. 영화는 감독의 지시는 조감독을 비롯한 스탭들을 거쳐 영화 현장에 전달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감독은 그간의 생애와 필모그래피를 거쳐 자신만의 고유한 양식미를 지니고, 그러한 연출 지향은 다시 여러 인물들과 현장의 분위기/구조를 거쳐 반영된다. <백두번째 구름>은 그 ‘현장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며, 화학적인 반응을 포착하는 것이다. 이미 <화장>은 개봉을 마친 작품이기에, 마치 <녹차의 중력>이 그랬던 것처럼 ‘낯설게 만드는’ 방식으로 <화장>이 ‘개봉된 표면적 모습’과, <화장>이라는 영화가 제작되는 공정, 그리고 <화장>의 ‘원작’이 지니고 있던 서사적 요소가 영화로 개입되는 양상을 최대한 분리시켜 제시한다. 정성일은 같아보이지만, 결코 같지 않은 미묘한 차이에 관객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한편으로는 제한하고, 한편으로는 시선을 변화하는 시도를 택한다. 이러한 영상 연출적 선택을 거듭되는 순간, <녹차의 중력>과 <백두번째 구름>은 단순한 한 인물에 대한 존경심으로 머물지 않는다. 그가 <카페 느와르>나 <천당의 밤과 안개>에서 시도하려 했던 것처럼, 영상으로서 영상을 사고하며 비평하는 영역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두 편의 작업은 (동시에, 상대적으로 ‘매우 친절하게’ 제시된 작업들은) ‘한국 영화의 장’이라는 (역설적으로) 영화 외부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화가 제작되는 것은 감독의 아우라와 함께 배우와 스태프라는 존재가 같이 작용하며 제작되는 것이고, 하나의 감독과 작품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심층적으로 접근한다면 무척이나 사소한 영역까지도 포착할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함을 전하는 것이다. 동시에, <화장>이 개봉하던 시기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어떤 종류의 비판에 대한 넓은 차원의 해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간 한 편에서는 ‘시행착오’로, 다른 한 편에서는 ‘오독’으로 이야기되었던 시도들은 내적인 질서 안에 완성시킨 결과물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