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최일섭

최일섭

5 years ago

4.5


content

닥터 지바고

책 ・ 2018

평균 3.7

파스테르나크는 『닥터 지바고』의 성취 때문에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노벨상 수상에 대한 CIA 개입설과 소련의 반발) 당하고 '내적 망명자'가 된다. 소설 속 여주인공 라라를 놓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지바고와 파샤는 혁명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취한다. 적극적 행동가로서 역사에 개입하려는 파샤와 달리 지바고는 회의를 품는다.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고, 사소한 일을 가지고 사람을 죽이는 게 정당한가? 오직 라라만을 위해 살고자 했던 파샤는 혁명도 그 연장선상의 일이다. 지바고에게 라라는 시의 뮤즈이지만, 파샤에게는 러시아 민중의 상징이자 지배계급에 의해 고통받아온 인물이다. 그 고통 속에서 빠져나오게 하기 위해 혁명을 완수해야 한다! 하지만 라라는 "당신과 함께 살았던 그곳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지구의 끝에서 무릎으로 기어서라도 가겠다"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라라에게 파샤는 그 자체로 온전한 사랑이었다. 이를 몰랐던 파샤는 목숨을 건 헛수고를 한 셈이다. 그는 한때 혁명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반혁명 분자 취급을 받는 도망자다. 파샤의 자살은 곁의 사랑을 밀쳐두고 삶을 유예한 자에게 내린 심판이었다. 결국 『닥터 지바고』는 삶이 과정이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 혁명 역시 그러해야 함을 보였다. "인간이란 살아가려고 태어나지 삶을 준비하려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