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리

고독의 오후
평균 3.8
영화는 인기 마타도르(matador) 안드레스 로카 레이의 몇몇 경기를 따라간다. 경기가 끝나고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피묻은 경기복을 벗는 장면, 밴을 타고 동료 투우사들과 함께 이동하는 장면, 반데리예로(banderillero)가 던진 작살과 피카도르(picador)의 창에 맞아 피 흘리는 소, 소의 심장에 칼을 꽂으며 경기를 마무리하는 마타도르.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는 현대에도 벌어지는 잔혹한 전통 유희를 기록한다. 알베르 세라는 투우사와 소가 아닌 대상, 이를테면 경기장의 관중석이나 레이에게 다가오는 팬, 소가 살던 농장과 같은 것들을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여기에는 죽음이 있고, 죽음 앞에서 흥분한 소가 있고, 그 소를 상대하고자 목숨 건 쇼를 펼치는 인간이 있다. <고독의 오후>는 동물권을 이야기하며 야만적이고 잔혹한 투우를 비판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스페인의 어떤 전통으로서 투우를 옹호하지 않는다. <고독의 오후>에는 우리가 투우에 관해 통상적으로 기대할 법한 입장이 없다. 프로듀서 몬세 트리올라는 전주영화제 마스터클래스에서 투우에 관한 입장을 묻는 관객의 질문이 "우리가 촬영하지 않았어도 벌어질 일을 찍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질문에 관한 회피가 아니다. 투우사와 소에게만 집중하는 프레이밍은 투우라는 행위 자체의 비윤리와 매혹을, 광기와 쾌감을, 신성과 모독을, 그 모순들을 찍는다. <고독의 오후>는 하나의 '쇼'로서 투우가 가진 허구성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에 관한 영화이지, 윤리적 쟁점을 다루고자 하는 영화가 아니다. 피 흘리며 죽어가는 소, 행운을 빌며 십자가 목걸이에 키스하는 투우사, 환호하는 관객, 소에 받혀 쓰러지는 투우사, 소의 '품종'을 예찬하다가도 경기장에서 저주를 퍼붓는 투우사들,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할 정도로 과장된 투우사의 포즈와 표정, 이것들은 투우라는 허구의 구성물이다. 다시 말해, <고독의 오후>는 목숨을 매개 삼은 픽션의 존재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