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YK

YK

6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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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시리즈 ・ 2020

평균 3.6

1. 아주 잘 만든 드라마는 아니지만, 부족하고 서투른 부분도 모두 이해해주고 싶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박민영은 이 드라마를 두고 평양냉면과 배추전같은 삼삼하고 깊은 맛이라고 표현했는데,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고 한동안 그 맛이 입에 맴돌았다. 한적한 시골, 모든 사람들이 잘 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 지은 굿나잇 책방, 그곳에서 늘 설레는 마음으로 모여 독서회를 여는 북현리 주민들. 10년동안 묵묵하게 해원을 지켜보다가도 해원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하며 뚝딱거리는 은섭과 회차가 끝날 때마다 나오던 책방일지의 글까지 그 감성에 거하게 치여서 지독하게 앓았다. 화면은 또 얼마나 아름답게요ㅠㅠ 2. 신인작가라 후반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앞뒤안가리고 빠져들었고, 정말로 아쉽게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영 납득되지 않는 완성도 하락은 아니었다. 은섭과 해원은 서사상으로든 설정상으로든 서로 갈등이 생길려야 생길 수 없는 관계였고, 그래서 은섭이 마음을 열어 사랑이 쌍방이 된 후에는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그러다보니 메인 커플의 분량은 실종되었고 가끔씩 달달한 장면들이 서비스컷처럼 나왔는데 그마저도 명여명주 사건의 비극이나 보영의 질투와 교차편집되며 시청자들은 그 사랑을 온전히 흐뭇하게 감상할 수도 없었다. 마멜커플의 갈등은 오로지 그런 외부에서 와야만 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모든 인물을 다 챙겨줄 필요는 없었지만, 그냥 노희경st 휴먼드라마를 쓰고 싶었나보다, 다음 작품은 더 잘 조절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보았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고 원작에 없다는 휘 캐릭터나, 은빛눈썹 소년 이야기를 활용해 은섭이를 안아주던 장면을 아주 좋아해서 좀 더 너그러울 수 있었다. 그래도 북현리 남자들 죄다 짝사랑 경력이 기본 10년 이상인 건 너무했지.  3. 한 페이지에 몇 줄 적혀있지 않는 감성 에세이처럼 이 드라마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여백이 많고 보편적이지 않아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힐링물이라고들 하지만 중반부 지나면서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의 의미를 따라잡는 데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은섭은 왜인지 해원의 남자친구가 되자 매력이 사라졌고, 보영은 거의 모든 행동이 당황스러웠다. 은섭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사람이라고, 보영도 자기 나름의 사고방식이 있다고 애써 지켜봤던 걸 보면 이 드라마의 인물들을 캐릭터가 아니라 어떻게든 존중해주고 싶은 사람으로 느꼈던 것 같다. 4. 박민영 배우는 전작부터 연기가 내 취향같다고 느꼈지만, 이번 작품을 보면서 확신의 취향이 되었다. 시각적으로도 차가운 해원을 표현할 때의 흰 피부가, 밝은 해원을 그릴 때의 미소가 너무 잘 어울리고 감정이 진한 멜로부분이든, 가벼워야하는 코믹부분이든 잘 소화해낸다. 서강준 배우는 정말..그동안 못 알아본 걸 아주 탓할 만큼 놀라운 발견이었다. 섬세하다고만 말하기엔 묵직하고, 진하다고만 말하기엔 여린 감성까지 담아낼 줄 아는 연기였다. 특히 임은섭은 정말 말 없고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인데 서강준의 존재 자체만으로 임은섭이 설명되는 듯했다. '책방주인 임은섭'이라는 판타지는 상상해본 적도 없는 조합인데, 왜 이런 고통스러운 상상력을 부여해주었는지...암튼 앞으로의 작품 선택도 지켜보고 싶은 배우들이었다. 5. 하얀 겨울이면 따뜻하게 생각날 드라마. 초반의 몇 회차는 정말 언제든 꺼내보고 싶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좋은 인생이니 모두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