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며, 평생을 두고 그가 탐구했던 주제 의식이 빛난다. 소설로서 재미는 별로 없지만, 묵직한 주제의식에 걸맞은 작가의 고단한 인생 역정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강제 노동을 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간 그는, 이후 평생에 걸쳐 홀로코스트와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지독하게 파고 든다. 사회주의 체제의 헝가리에서 그의 소설을 출판해 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기에, 그는 스스로를 아파트 골방에 가둔 채 세상에 빛 볼 가능성 자체가 없는 작품을 수십 년 동안 써 나갔다. 그리고 결국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그의 나이 73세였다. 인간이 자신의 인간성을 부정당하고 인간이 아닌 짐승 취급을 받으며 극한의 고통에 내몰리면서도, 끝내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그러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에 직접적인 해답은 없다. 다만 그저 우리는 어떻게 하더라도 살아야 하니까, 그 자체가 인간의 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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