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JE

JE

2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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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일

영화 ・ 2006

평균 3.4

홍콩 누아르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익사일>은 그 장르의 골조로만 이루어진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어떤 도상적 분위기로 가득해 보인다. 화려한 액션과 음울한 분위기, 좀 더 나아가면 선글라스와 레인 코트, 마구 빗발치는 총알들, 유치할 정도로 비장한 사랑과 우정의 연대, 그리고 공멸. 그런 순간들을 잇기 위해서만 간신히 기능하는 듯한 서사는 무용하다시피 하지만, 논리적이거나 개연적인 것을 포기함에도(혹은 포기하는 대신) 이상하리만치 채워지는 비장함과 공허함이 인상적이다. 액션은 말할 것도 없을 것 같다. 서로가 대치하는 순간엔 공기마저 멈춘 듯이 숨막히는 호흡을 형성하고, 인물들의 배치를 부각하는 기하적인 화면 구성은 피아의 구분감 같은 걸 강조하며 정적인 긴장감을 만든다. 그러다 액션이 시작되면, 과잉된 사운드와 움직임은 물론, 포연, 피 안개, 먼지, 잔해 등 온갖 파편적인 미장셴이 그득하다. 개인적으론 오우삼을 모르는 만큼 샘 페킨파 영화가 연상되는 순간. 종전의 기하적인 프레임이 무너진 채 온갖 게 마구 뒤섞이는 화면을 보자면, 샘 페킨파의 영화마냥 (혹은 역시나 홍콩 누아르의 가치인가 싶은) 아군도 적도 없고 선악도, 생사도 분간할 수 없는 혼재적 감각으로 만연하다. 더욱이 두 대조적인 스타일을 부지런히, 또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가로지르는 카메라까지 더해지니, <익사일>은 정말 노골적이지만 매혹되지 않을 수 없는 운동, 리듬을 자랑하는 영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