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드

본인 출연, 제리
평균 3.8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자막부터 강렬한 인상으로 과감하게 시작하는 이 작품은, 일반적인 영화의 특정한 형식을 파괴하며 진행하는데 다 보고 나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는 독특한 구성으로 한 개인이 겪은 이야기를 능수능란한 편집술로 재현하면서 그 끝에 가선 감정을 섬세히 어루만지기도 하는, 기획과 구상에서부터 완성의 단계까지 모든 순간이 기적과도 같은 신선함과 뭉클함으로 가득한 작품입니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란 공감대를 만드는데, 이런 면에선 특수성으로 보편성을 건드릴 줄 아는 탁월한 작품입니다. 마치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같은 작품처럼 혹여 자신의 치부가 될 수도 있어 바깥으로 알리지 않고 숨기고 싶었을 이야기를 용기내어 본인이 직접 할 때의 진정성과 메세지의 진솔함은, 그 어떤 교훈성을 가진 수많은 영화가 도달하지 못한 지점처럼 보입니다. 그것도 보통 평범하지 않고 이렇게 독창적인 구성과 방식으로 풀어간다는 것, 영화 만들기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더 파더>가 떠오르는 관객을 직접 끌고 와서 그 혼란 속에 넣으며 한 편의 독특한 범죄 스릴러를 만드는 탁월한 연출을 가졌다는 점에서도 영화의 물리적인 러닝 타임이 길지 않아도 정말 오래 기억되고 얘기될 만한 작품입니다. 아마 이건 세상에 딱 한 사람이 딱 한 번만 만들 수 있을 작품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허나 이런 흉악한 범죄가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상 누구나 피부에 와닿을 이야기입니다. 과연 당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걸 당할까라며 주인공과도 같은 범죄의 피해 대상과 관객 자신을 분리하려는 보편적인 질문에 대해 이 영화는 가장 독창적인 방식으로 답합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왜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기까지의 무관심과 무지를 날카롭게 드러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내내 흥미진진하게 진행한 다음, 노년의 평범한 소시민이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하고 인생관을 풀어놓는 최후반부의 장면은 그 어떤 교훈보다 울림이 큰 메세지를 전달해 줍니다. 정말 숨겨진 보물과도 같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