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조재훈

조재훈

6 month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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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나날

영화 ・ 2025

평균 3.6

2025년 09월 19일에 봄

동세대 일본 영화의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가 대화의 중요성을 줄곧 이야기해온 것과는 달리, 대화/언어를 벗어난 방식으로 사람들 간의 연대를 그려내는 감독이 있다. 미야케 쇼는 스러진 인물이 직접적인 조언이나 도움을 통해 구원받는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상처에 적합한 치료법으로써 손쉬운 요소들을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처럼 보이고, 무엇보다도 ‘함께함’을 통한 동력과 재건을 계속해서 담아오며 그 소박한 연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온전한 성장과 일어섬을 그려 왔다. 한국인 작가 ‘이’가 타국 일본으로 넘어와 언어와 재능, 창작의 고뇌에 사로잡혀 슬럼프에 빠지게 되자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먼 타지에서, ‘이’는 여관 주인 ‘벤조’와 함께 겨울 여관에서 뜻밖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마냥 원활하지만 않은 듯한 벤조와의 시간은 ‘이’에게 뜻밖의 경험을 선사한다. <여행과 나날>은 ‘언어’로부터 ‘벗어남’을 그려내며, 벗어나는 과정, 즉 함께하는 경험과 시간 속으로 초대해 그 따뜻한 성장의 발판을 온전히 느끼도록 만든다. 그렇게 시간의 정동을 아름다운 프레임 속에 담아내며 마치 눈송이가 손 위에 내려앉듯-, 조용하지만 살포시 인물에게, 동시에 관객에게도 스며드는 순간들로 <여행과 나날>은 채워진다. 마침내 영화가 끝나갈 무렵, 어느새 한껏 달라진 ’이‘의 손짓과 가벼워진 발걸음은 그 순간을 함께 해온 우리의 마음과도 닮아 있다. 어느새 일어설 수 있게 된 그녀의 뒷모습에서 어떤 걱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여행과 나날>은 분명, 관객도 그 일어섬의 시간에 친절히 초대하여 함께하는 영화다. 영화 속에서 상영된 극중극도 눈여겨봐야 한다. 두 남녀가 갖는 캐릭터성과 관계, 그리고 그 이야기의 맺음이 극의 밖과 맞닿는 지점 또한 미야케 쇼의 섬세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BIFF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