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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

샌드

11 month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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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손길

영화 ・ 2024

평균 3.5

기억력 감퇴 증상을 겪는 할머니 루스가 집에서 거주하다 노인 보호시설에 들어가게 되면서 겪는 일련의 일들로 행동과 심리의 변화를 고요하고 잔잔하면서 절제된 톤이지만 그것이 감정의 깊이가 얕다는 게 아니라는 걸 진솔하게 증명하며 감정적으로 큰 여파를 남기고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또 한 편의 멋진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생소한 감독인지라 어떤 연출 스타일과 느낌일까 무척 궁금했는데, 만약 신인 감독인 걸 모르고 봤다면 오래 활동한감독이라 생각했을 것 같을 만큼 내실이 단단합니다. 노인에 대해, 특히 노인에 관한 사회 문제를 다룬 수많은 영화가 있지만 이 작품은 그런 사회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이 아니라 나이듦과 늙음이라는 것에 집중하며 노인의 생활을 때로는 본인처럼, 때로는 보호자처럼, 때로는 관찰자처럼 카메라를 한 인물에 대고 쭉 따라가는데 어떤 점에서도 유난떠는 것 없이 한 노인이 생활하며 겪을 만한 이야기를 그저 그려냅니다. 분명한 극영화지만 어떤 점에선 한 편의 다큐멘터리의 색채를 입힌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 수많은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부정적인 인물도 딱히 없고, 이 보호시설 자체도 어떤 방법과 행동으로 노인을 케어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할 만큼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모인 곳이라는 점에서 어떤 갈등이나 큰 사건 하나 없이도 이렇게 멋지게 노인의 삶에 대한 면과 노인 보호시설에 대한 수많은 논제를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이 영화로 전체를 말할 순 없겠지만 한번은 다른 쪽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지라 꽤 유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애초에 주인공인 루스라는 인물 자체가 제겐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이 인물은 유능하고 고상한 특징과 자아가 강하고 해야 할 말을 꼭 말해야 하며 행동해야 할 것을 꼭 행동하는 기질이 있습니다. 분명 좋은 사람이라 수긍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알며 존중하려는 마음이 있습니다만 기억력 감퇴로 인한 혼란과 불안으로 날카로운 말이나 돌발적인 행동을 라는 캐릭터라는 게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영화가 인물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 좋아서 이런 행동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사려깊게 짚는데 그것이 영화의 한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 그러면서 영화는 노인의 생활, 적응, 사랑 등 오랜 기간 동안 살아 왔기에 좀 무뎌 보이는 것에 대해 헛짚는 것 없이 모든 면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영화의 진행 속도가 무척 천천히 흘러가 노인의 템포와 자연스레 맞는데 그 자체도 제겐 흥미로웠습니다. 보고 나면 가족 중 어르신이 있으신 분들부터 부모님을 떠올릴 분까지 여러 면에서 마음 한켠을 무척이나 슬프고 쓸쓸하게 만들 짙은 여운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