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양해섭

양해섭

7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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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카신!

영화 ・ 2018

평균 3.3

<베카신!>을 지배하는 정서는 동화적 귀여움, 환상적 낙천성이라기보다는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서늘함이다. <베카신!>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대책없이 긍정적인 가족 영화의 임무를 다하다가 별안간 인물들이 늪(말그대로 루크레시아 마르텔의 <늪>과 같은 곳)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음을 <로제타>스러운 카메라와 샹들리에 전구가 떨어지는 슬로모션 장면 등을 통해 본색을 드러낸다. . <베카신!>에서는 계속해서 영화의 은유가 등장한다. 가보지 않은 곳의 낮과 밤의 풍경을 보여주는 카메라, 인형극이 바로 그것인데, 관객은 모두 풍요의 삶을 살던 이들이다. 인물들은 자신들의 삶이 수렁에 빠지는 와중에도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가능한, 즉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낙천성을 보여준다. 결말마저도 절대 불가능한 성공담이 난데없이 돌출하며 급하게 마무리된다. 이는 곧 영화 그 자체를 하나의 인형극으로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베카신!>이라는 인형극은 스크린 밖의 관객들을 현실이라는 또 하나의 영화로 포섭한다. . 그러나 영화 속 인형극을 관람하는 저택 사람들과 현실 영화 관객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저택 사람들은 인형극이 끝나자 말도 안되는 기적이 갑자기 찾아오지만, 현실의 우리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 우리는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뿐이다. 그리고 당장의 공채 지원, 내일의 업무, 다음주의 과제를 자기 전 침대에 누워 고민하는 것이 관객의 삶이다. 그리고 <베카신!> 곳곳에 포진해 있는 서늘한 장면들은 우리가 영화라는 인형극, 영화라는 꿈에 빠져들어 있는 우리를 현실로 돌아오도록 별안간 깨워주는 것이다. . 그러나 이 영화가 낙천성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위장용으로만 쓰고 있지는 않다고 믿고 싶다. 인물들이 차를 타고 지나갈 때 들판 저 너머에 보이는 에펠탑이 <베카신!>의 마을을 만화경 속 파리로 만들어주는 것처럼, 꼭 기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지금 나의 세상을 우리가 바라던 어떤 곳으로 여기며 살면 그래도 조금은 낫지 않을까, 라고 말해주는 것이었으면 싶다. 영화조차도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변한다면 현실의 도피처로 영화를 택한 사람들은 도저히 갈 곳이 없다. 영화, 영화만이라도 마지막에 남아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