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임영빈

임영빈

7 year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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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문

책 ・ 2018

평균 3.8

나는 삶의 꽤 많은 시간을 온갖 가정과 망상을 하는 일에 할애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많이 했던 상상은 둘째 예빈이가 살아있었다면 우리 가족의 현재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상은 아주 오래도록 이어지는데, 이를테면 아버지가 목계교회를 개척한 청송에서 우리는 더 오랫동안 머물렀을 테고, 나와 동생은 영덕에서 초등학교를 나왔을 지도 모른다는 식의. 그랬다면 나는 처음으로 도시의 문물을 접했던 부천과 전학 온 나를 괴롭히던 아이와 부모님이 책 대여점을 했던 포항과 베다니 교회의 아이들과 어울렸던 영주에서의 기억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까지 할 수 있었던 양산과 아버지가 연변으로 떠난 뒤 중고교 시절을 보낸 울산에서의 기억이 모두 없던 일이었을지 모른다. 대신 그 자리에는 함께 티격태격 다투고 웃고 울며 시간을 보낼 예빈이와 예진이 우리 삼남매의 추억이 있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신을 부정하고 싶고 그렇지만 그 때문에 신이 존재해야만 하는 아이러니에 사로잡힌다. 소설에서 그러했듯 죽음은 많은 것을 바꿔놓는 것이다. 우리 가족의 삶은 가까이에서 보면 모두 예빈이의 죽음에 대한 반응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아무도 터놓고 말하지 않는 그 순간에 대해 아마도 부모님과 나는 여전히 혼자 있을 때면 떠오르거나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물며 소설 속 인물처럼 유서 없이 자살한 상황에서 남겨진 가족들의 삶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 그림자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나는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햄버거 폭식 투쟁 따위를 하는 사람은 분명 가까운 누군가를 영영 상실한 경험이 없을 거라 확신한다. 그 이물감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자신의 견해가 비판적이어도 그럴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이런 부재에 천착하는 이 단편이 좀 아프고 힘들다. 보는 내내 우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