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씨에이

귀신 부르는 앱: 영
평균 1.9
8.0/지극히 형식적인 껍데기 속에서도 충분히 인상을 남겨준 몇몇 에피소드 속 준수한 공포연출들. / <잠금해제>는 그저 형식적인 껍데기로 보일 뿐이었고, <새벽출근>은 딱 의무적인 자리 채우기용 에피소드로 느껴졌음. <고성행>은 이야기와 반전의 결점을 공간을 십분 활용한 공포연출로 커버하며 섬뜩함과 긴장감을 자아냈고, <콜렉터>는 <새벽출근>에 이어서 쉬어가는 느낌으로 자리 채우기용 정도의 아쉬운 퀄리티에 머물렀음. <자신>은 독립영화스러운 심오함으로 심리를 슬슬 건드리며 가장 이질적이고 유니크한 공포를 보여줬고, <귀문방>은 <곡성>이나 공포단편 <행운의 상자> 등의 오마주가 담긴 듯한 특색 있고 기세 좋은 공포연출들로 단조로운 이야기 위에서도 제법 좋은 활약을 선보였음. / 작년 bifan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몰랐으나 그래도 뭔가 느낌이 오길래 알아보니 역시나 이 작품 역시 2025 bifan 상영작이었음. <스너프필름>이랑 <귀소>라는 에피소드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극장 개봉판에선 잘린 듯함. 궁금한데... // <잠금해제>(형슬우 감독) 3.0/너무 형식적인 껍데기. / 어느정도 예상은 했고, 기대도 별로 안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진짜 너무 형식적인 껍데기에 불과해서 아무런 감흥이 없었고 실망스러웠음. / 젊은 청년 4인방이 귀신을 부르는 앱을 만들어 시연하는 모습을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중계하는데 그러다가 별안간 한 명이 폭주해서 뛰쳐나가고 잠시 소동이 벌어지더니 모두들 죽은 채로 발견됨. 설마 이래놓고서 그냥 뚝 끝나버릴 줄은 몰랐고, 다른 에피소드들을 한데 묶기 위해 부랴부랴 형식적으로 준비한 티가 너무 나서 허무하고 실망스러웠음. 옴니버스 영화에서 큰 틀이 돼주는 에피소드가 각 에피소드들에 너무 관여하는 것도 달갑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없어도 무방한 헛수고로 끝날 줄은 예상 못했음. // <새벽출근>(고희섭 감독) 5.6/늦게까지 잠 안 자고 숏츠만 보다가 일 가면 안 되는 이유. / 보통 처참한 게 아닌 듯보이는 꽤 넓고 빡쎈 현장의 특수청소일을 원래 저 정도의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하는 건가 싶어서 좀 의문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특수청소 현장을 소재로 하는 공포물은 은근 생소한 편이라서 조금은 흥미가 동했음. 허나 역시 딱 소재까지만이었고, 내실은 없는 자리 채우기용 에피소드에 불과했음. / 한 명은 귀신을 봤다며 무섭다고 징징거리고, 한 명은 시끄러운 헤드셋을 끼고 천하태평으로 일하면서 잠을 잤어야지 하는 잔소리를 일삼는 식의 별 의미없어 보이는 대화들이 반복되다가 마침내 본격적인 공포 장면이 펼쳐짐. 근데 공포연출도 언니 역의 여성이 폭주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뻔하거나 싱거웠고, 귀신의 정체도 너무 평범하게 생긴 살집있는 셔츠 차림의 직장인 남성인 데다, 마무리마저 흐지부지 뚝 끊겨버려서 그냥 별로였음. // <고성행>(이상민 감독) 8.1/우리 딸이 좀 많이 달라졌어요. / 싱거운 이야기 전개와 그리 납득되진 않는 반전의 개연성 등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와중에도 달리는 고속버스 내부라는 공간의 일상성과 폐쇄성을 십분 활용한 공포연출만큼은 충분히 합격점이었음. / 늦은 밤 컴컴한 어둠 속을 달리는 어두운 고속버스 안의 단 두 명 뿐인 승객. 보통은 거쳐가는 이동수단으로 쓰일 뿐인 고속버스란 공간의 폐쇄성을 영리하게 활용해서 제법 괜찮은 공포 장면들을 만들어냈음. 텅 빈 버스 안에서 하필 주인공이 앉은 자리만 딱 골라 탐하는 수상한 여자의 소름돋는 요구가 초반 서스펜스를 깔아주고, 이후엔 그 여자가 뒤에서 좌석을 이리저리 옮겨다니기를 반복하며 주인공을 괴롭히고 분위기를 조여옴. 단순히 자리 옮기기일 뿐임에도 일상적인 공간인 데다 자리를 벗어날 수도 없기에 충분히 주인공의 상황에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더욱 영화가 의도한 섬뜩함과 조여오는 긴장감을 실감나게 체감할 수 있었음. / 알고보니 2023 bifan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단편 <함진아비>의 이상민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었음. 솔직히 <함진아비>의 임팩트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 싶긴 했지만, 그래도 공간 활용을 통한 공포연출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음. / 어차피 늦어서 휴게소에 아무도 없어 보이는데 굳이 불 꺼진 화장실 칸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서 친구랑 전화하고 있는 주인공의 행동이 별로 이해되진 않았음. 또한 수상한 여자가 아무리 들러붙어도 절대 기사님한테 도움을 청하진 않는 모습 역시 좀 넌센스였음. / 왜 하필 고성행이었을까 좀 궁금함. // <콜렉터>(선종훈 감독) 5.6/음란물 콜렉터 참교육하는 눈알 콜렉터. / 메시지는 공익적이었으나 공포물로서의 미덕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듯함. 그냥 쉬어가는 느낌의 자리 채우기용 에피소드 정도로 머무르고 말았음. / 고객들의 휴대폰 속 은밀한 사생활 등이 담긴 영상을 몰래 모으고 훔쳐보던 휴대폰 수리기사 주인공이 영상 속에 등장했던 피해자에 의해 두 눈이 파이게 된다는 이야기. 솔직히 좀 일차원적인 발상에다 별 것 없는 이야기란 생각도 들었음. 게다가 공포연출도 깜빡거리는 조명이나 모니터 화면 속 일그러진 표정, 어두운 곳에서 등장하는 귀신의 모습 정도가 다인 데다, 그나마 하이라이트였던 눈알 뽑는 장면이나 눈이 이미 뽑혀있는 모습마저 너무 어두운 화면으로 보여준 탓에 제대로 식별되지 않아서 나름 이것저것 공포연출들을 시도한 것치곤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싶었음. // <자신>(손민준 감독) 8.2/약자가 된 살인자, 현실이 된 꿈. /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든 지체 장애인 주인공이 실은 과거 아무 이유없이 여러 사람들을 죽였던 연쇄 살인마였단 점, 그리고 그런 주인공이 꿈 속에서 자신이 죽였던 피해자를 만나 괴로워하다가 돌연 꿈 속임을 자각하고 돌변해서는 역으로 다시금 피해자를 죽이려드는 모습 등이 제법 예상 밖의 반전으로 느껴졌고, 일순 소름이 살짝 돋기도 했음. 그리고 이후 펼쳐진 무아지경의 오컬트 의식과도 같았던 피해자들의 복수극 역시 꽤나 강렬하고 인상적으로 다가왔음. / 흥미 위주의 공포 단편 모음집 속 에피소드보단 나름의 심오한 뜻이나 메시지 등을 품은 독립 단편을 보는 듯했음. 점프스케어나 귀신 분장, 잔혹한 묘사 등으로 공포를 유발하기보단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심리적인 요소를 슬쩍슬쩍 건드려가며 오묘하면서도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상당히 유니크하게 느껴졌고, 모든 에피소드를 통틀어 가장 이질적이란 생각도 들었음. // <귀문방>(김승태 감독) 8.3/등기부등본 열람도 모자라서 이젠 귀문 여부까지 확인해야 하는 요즘 세입자들의 고충이란. / 귀신이 드나드는 문이란 소재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것 없어 보였고, 귀문이 있는 방에 입주한 주인공이 귀신들에게 시달리게 된다는 이야기 역시 그리 대단할 건 없다 싶었음. 허나 그래도 공포 연출이 전반적으로 특색있고 그럴 듯해 보여서 인상적으로 남았음. 불편함을 자아내는 짧지만 강렬한 사운드의 활용 속에서 소름돋는 집주인 할아버지의 초점 없는 눈빛이나 뒷배경 속 헐벗은 실루엣의 기괴한 움직임, 그리고 흡사 <곡성> 자취방 버전을 연상케 하는 광기어린 오컬트 의식에다 과거 부천에서 봤던 공포단편 <행운의 상자>(2018)를 떠올리게 하는 막판 귀신 그림자들과의 얼음땡 씬까지. 오마주가 담긴 다채롭고 기세 좋은 공포연출들이 단조로운 이야기 위에서 제법 좋은 활약을 펼쳐줬음. / 유튜브 숏츠 영상 등으로 익숙한 김규남 배우를 스크린에서 처음 볼 수 있었음. 비록 여느 공포물 속 영문도 모른 채 당해버리는 희생자 주인공 역을 맡아 별다른 활약 없이 리액션 담당에 그치고 말았지만, 어쨌든 꽤나 반가웠고, 연기도 무난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