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정화

정화

9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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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함께하는

영화 ・ 2016

평균 3.3

수 많은 장애물을 거친 뒤 결국 원하는 바를 얻는 관습적인 이야기와 인간사의 모든 경우가 마냥 부합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하고 있을 뿐, 원하는 대상으로 직접 갈 수 없고 그 대상이 와주어야 결단이 나는 경우다. 인간 삶을 이런 '기다림'으로 정의한 뒤 다소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작가가 <고도를 기다리며>의 베게트다. 언젠가 한번은 나 자신도 고도를 애타게 기다리던 이야기 속 인물들과 같다는 생각에 짧은 마비의 순간을 겪게 된다. 목표물을 쟁취하러 떠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인생의 어느 순간이, 세계의 작은 조각이라도 와주길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인물에게도 진솔하고 호소력 있는 감정 이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베게트가, 그리고 이 영화가 상기시켜준다. 나를 포함한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만은 껄껄 웃음을 터트리고 훌쩍이는 자신을 내버려두며 기쁜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궁금했다. 자신과 가족들을 찍은 선배가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다큐멘터리 장르의 기본적인 특징이 소박하게 잘 구현된 영화다. 나레이션과 근거로써의 이미지가 결합되어 서로 앞 문장을 뒤집으며 나아가고(사실적인 이미지의 소스를 수집하면 된다고 여기는 보통의 한국 다큐멘터리들보다 우월하다), 인물들의 예상치 못한 말들은 친근함의 새가 되어 관객들의 어깨로 날아간다. 역시나 제일 감동적인 부분은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어느 때 한번은 다가올 장밋빛 물결에 발을 적셔볼 꿈을 꾸는 삶의 대기자들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