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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SH

7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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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책 ・ 2021

평균 4.1

내 취미는 음악 감상이다. 물론 너무 흔해 빠진 취미다. 그렇다고 아무나와 이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에도 장르가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그냥 내가 듣기에 좋은 음악"이다. 한마디로 잡취향.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내 귀로 흘러들어 왔을 때의 리듬이나 가수의 목소리가 좋으면 그냥 듣는다. 딱히 어느 장르에 천착해 음악을 듣지 않는다. 이렇게 잡취향인 사람들은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노래를 직접 들어 보지 않는 이상 그 노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 좋아하던 가수가 노래를 내도, 음악사적으로 대단한 의미를 지니는 명반이 나와도, 내 귀에 들어맞지 않으면 듣지 않는다. 그래서 한 앨범을 전곡재생해 듣는 일이 흔치 않다. 앨범 전체가 아닌, 노래 한 곡 한 곡을 직관적으로 판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제껏 만나 온 친구들 중, 나와 뮤직 플레이리스트를 완전히 공유할 수 있었던 친구는 단 한 명뿐이었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잡취향이라고 부른다. 이 친구는 고3 때 만난 J다. 어젯밤 J와 나는 오랜만에 대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쳤다. 운동으로 땀을 한바탕 흘리고 나서 우리는 여느 때처럼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며 대공원을 몇 바퀴 걸었다. 이전에 만났던 시점으로부터 다시 만나게 된 어제까지의 시간 동안 새로 축적됐을 서로의 노래들을 말이다. 어제 공유한 노래들은 대부분 팝송이었다. 나는 Anna Celendening - Bend & Break 외 8곡을 추천했고 J는 jeremy zucker - comethru 외 무려 48곡을 추천했다. 이번에 J는 어떤 BJ가 제 SNS에 올려 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 좋은 노래를 많이 찾았다고 했다. 아무튼. 언제는 대중가요였고, 언제는 힙합이었다가, 언제는 인디 음악이 되는 우리의 음악들과 그 노래들을 주고받는 J와의 이런 순간들을 나는 사랑한다. 함께 걸으면서, 서로가 모아 온 노래를 한 곡씩 번갈아 틀면서, 각자의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시간. 이 노래는 완전 퇴근곡이야, 이 노래는 바다에서 들어야 해, 이 노래에는 춤을 안 출 수가 없어-하며 이렇다 저렇다 떠드는 시간을. 그때의 내면적 풍요는 내가 음악 감상이라는 취미를 더욱 좋아하도록 만든다. 다음에 만날 때는 상대에게 또 어떤 노래를 추천해 줄까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괜히 안 듣던 가수의 노래도 한번 들어 보게 되고, 이번에는 어떤 신곡들이 나왔을까 음악 어플 속을 파도타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내게 차곡차곡 쌓이면 나는 어느새 그것에 관한 일종의 덕후가 된다. 좋아하는 것이 더 좋아지게 된다. 그러니까, 결국 그런 일은 누군가와 그것을 공유하면서 이뤄진다. 이 만화가 그런 과정을 그렸다는 게 기쁘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 그게 BL이라는 것도 재밌고...선한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그려지는 에피소드들도 귀엽다. 활달하고 낯가림 없는 유키와 소심하고 신중한 우라라의 성격 대비도 좋았는데 무엇보다 유키의 성격이 당찬 것이 좋았다...또 유키가 젊은 시절 회상하는 장면들도 하나 같이 너무 뭉클하고....뭉클한데 좋고...아무튼 그렇다.. 얼른 3권이 나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