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4.5내 취미는 음악 감상이다. 물론 너무 흔해 빠진 취미다. 그렇다고 아무나와 이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에도 장르가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그냥 내가 듣기에 좋은 음악"이다. 한마디로 잡취향.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내 귀로 흘러들어 왔을 때의 리듬이나 가수의 목소리가 좋으면 그냥 듣는다. 딱히 어느 장르에 천착해 음악을 듣지 않는다. 이렇게 잡취향인 사람들은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노래를 직접 들어 보지 않는 이상 그 노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 좋아하던 가수가 노래를 내도, 음악사적으로 대단한 의미를 지니는 명반이 나와도, 내 귀에 들어맞지 않으면 듣지 않는다. 그래서 한 앨범을 전곡재생해 듣는 일이 흔치 않다. 앨범 전체가 아닌, 노래 한 곡 한 곡을 직관적으로 판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제껏 만나 온 친구들 중, 나와 뮤직 플레이리스트를 완전히 공유할 수 있었던 친구는 단 한 명뿐이었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잡취향이라고 부른다. 이 친구는 고3 때 만난 J다. 어젯밤 J와 나는 오랜만에 대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쳤다. 운동으로 땀을 한바탕 흘리고 나서 우리는 여느 때처럼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며 대공원을 몇 바퀴 걸었다. 이전에 만났던 시점으로부터 다시 만나게 된 어제까지의 시간 동안 새로 축적됐을 서로의 노래들을 말이다. 어제 공유한 노래들은 대부분 팝송이었다. 나는 Anna Celendening - Bend & Break 외 8곡을 추천했고 J는 jeremy zucker - comethru 외 무려 48곡을 추천했다. 이번에 J는 어떤 BJ가 제 SNS에 올려 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 좋은 노래를 많이 찾았다고 했다. 아무튼. 언제는 대중가요였고, 언제는 힙합이었다가, 언제는 인디 음악이 되는 우리의 음악들과 그 노래들을 주고받는 J와의 이런 순간들을 나는 사랑한다. 함께 걸으면서, 서로가 모아 온 노래를 한 곡씩 번갈아 틀면서, 각자의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시간. 이 노래는 완전 퇴근곡이야, 이 노래는 바다에서 들어야 해, 이 노래에는 춤을 안 출 수가 없어-하며 이렇다 저렇다 떠드는 시간을. 그때의 내면적 풍요는 내가 음악 감상이라는 취미를 더욱 좋아하도록 만든다. 다음에 만날 때는 상대에게 또 어떤 노래를 추천해 줄까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괜히 안 듣던 가수의 노래도 한번 들어 보게 되고, 이번에는 어떤 신곡들이 나왔을까 음악 어플 속을 파도타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내게 차곡차곡 쌓이면 나는 어느새 그것에 관한 일종의 덕후가 된다. 좋아하는 것이 더 좋아지게 된다. 그러니까, 결국 그런 일은 누군가와 그것을 공유하면서 이뤄진다. 이 만화가 그런 과정을 그렸다는 게 기쁘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 그게 BL이라는 것도 재밌고...선한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그려지는 에피소드들도 귀엽다. 활달하고 낯가림 없는 유키와 소심하고 신중한 우라라의 성격 대비도 좋았는데 무엇보다 유키의 성격이 당찬 것이 좋았다...또 유키가 젊은 시절 회상하는 장면들도 하나 같이 너무 뭉클하고....뭉클한데 좋고...아무튼 그렇다.. 얼른 3권이 나오길..좋아요29댓글0
oowtiz5.0나를 포함하여 각자 다른 분야를 남들보다 조금 더 깊게 파는 친구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이 있다. 집단적 독백만이 가득하다. 서로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는데;; 이 카톡방이 유지되는 이유는 우리가 서로를 너무나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와이걸모르고죽는건인류의손실이다!라며 주접 떨고 싶은 마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앨범을 샀을 때 최애의 포카가 바로 나오는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친구들도 대충 친구의 장르로 변환해서 설명해주면 내 일인 것마냥 기뻐해준다. 나도 친구가 현질하고 게임 레벨이 올라가면 뭔진 모르지만 헛돈 쓴거 아니라며 박수쳐준다. 남들이 우릴 보면 무슨 생각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린 서로에게 다정하니까, 여기서는 무슨 말을 해도 응원해주니까, 불의의 사고로 누군가 먼저 곁을 떠나게 되더라도 책임감 있게 망자의 트위터 계정을 폭파시켜줄거니까. 덕친이 있다는건 이렇게나 좋은거거든요. BL만화를 매개로 70대 할머니와 10대 소녀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라니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너무나 아름답군... 어떻게... 이토록 다정한걸 만들었을까? 어떻게 이런 만화를 그려냈을까? 정말이지 만화는 최고의 종합 예술이 아닐 수 없다..좋아요4댓글0
SH
4.5
내 취미는 음악 감상이다. 물론 너무 흔해 빠진 취미다. 그렇다고 아무나와 이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에도 장르가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그냥 내가 듣기에 좋은 음악"이다. 한마디로 잡취향.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내 귀로 흘러들어 왔을 때의 리듬이나 가수의 목소리가 좋으면 그냥 듣는다. 딱히 어느 장르에 천착해 음악을 듣지 않는다. 이렇게 잡취향인 사람들은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노래를 직접 들어 보지 않는 이상 그 노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 좋아하던 가수가 노래를 내도, 음악사적으로 대단한 의미를 지니는 명반이 나와도, 내 귀에 들어맞지 않으면 듣지 않는다. 그래서 한 앨범을 전곡재생해 듣는 일이 흔치 않다. 앨범 전체가 아닌, 노래 한 곡 한 곡을 직관적으로 판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제껏 만나 온 친구들 중, 나와 뮤직 플레이리스트를 완전히 공유할 수 있었던 친구는 단 한 명뿐이었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잡취향이라고 부른다. 이 친구는 고3 때 만난 J다. 어젯밤 J와 나는 오랜만에 대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쳤다. 운동으로 땀을 한바탕 흘리고 나서 우리는 여느 때처럼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며 대공원을 몇 바퀴 걸었다. 이전에 만났던 시점으로부터 다시 만나게 된 어제까지의 시간 동안 새로 축적됐을 서로의 노래들을 말이다. 어제 공유한 노래들은 대부분 팝송이었다. 나는 Anna Celendening - Bend & Break 외 8곡을 추천했고 J는 jeremy zucker - comethru 외 무려 48곡을 추천했다. 이번에 J는 어떤 BJ가 제 SNS에 올려 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 좋은 노래를 많이 찾았다고 했다. 아무튼. 언제는 대중가요였고, 언제는 힙합이었다가, 언제는 인디 음악이 되는 우리의 음악들과 그 노래들을 주고받는 J와의 이런 순간들을 나는 사랑한다. 함께 걸으면서, 서로가 모아 온 노래를 한 곡씩 번갈아 틀면서, 각자의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시간. 이 노래는 완전 퇴근곡이야, 이 노래는 바다에서 들어야 해, 이 노래에는 춤을 안 출 수가 없어-하며 이렇다 저렇다 떠드는 시간을. 그때의 내면적 풍요는 내가 음악 감상이라는 취미를 더욱 좋아하도록 만든다. 다음에 만날 때는 상대에게 또 어떤 노래를 추천해 줄까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괜히 안 듣던 가수의 노래도 한번 들어 보게 되고, 이번에는 어떤 신곡들이 나왔을까 음악 어플 속을 파도타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내게 차곡차곡 쌓이면 나는 어느새 그것에 관한 일종의 덕후가 된다. 좋아하는 것이 더 좋아지게 된다. 그러니까, 결국 그런 일은 누군가와 그것을 공유하면서 이뤄진다. 이 만화가 그런 과정을 그렸다는 게 기쁘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 그게 BL이라는 것도 재밌고...선한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그려지는 에피소드들도 귀엽다. 활달하고 낯가림 없는 유키와 소심하고 신중한 우라라의 성격 대비도 좋았는데 무엇보다 유키의 성격이 당찬 것이 좋았다...또 유키가 젊은 시절 회상하는 장면들도 하나 같이 너무 뭉클하고....뭉클한데 좋고...아무튼 그렇다.. 얼른 3권이 나오길..
oowtiz
5.0
나를 포함하여 각자 다른 분야를 남들보다 조금 더 깊게 파는 친구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이 있다. 집단적 독백만이 가득하다. 서로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는데;; 이 카톡방이 유지되는 이유는 우리가 서로를 너무나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와이걸모르고죽는건인류의손실이다!라며 주접 떨고 싶은 마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앨범을 샀을 때 최애의 포카가 바로 나오는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친구들도 대충 친구의 장르로 변환해서 설명해주면 내 일인 것마냥 기뻐해준다. 나도 친구가 현질하고 게임 레벨이 올라가면 뭔진 모르지만 헛돈 쓴거 아니라며 박수쳐준다. 남들이 우릴 보면 무슨 생각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린 서로에게 다정하니까, 여기서는 무슨 말을 해도 응원해주니까, 불의의 사고로 누군가 먼저 곁을 떠나게 되더라도 책임감 있게 망자의 트위터 계정을 폭파시켜줄거니까. 덕친이 있다는건 이렇게나 좋은거거든요. BL만화를 매개로 70대 할머니와 10대 소녀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라니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너무나 아름답군... 어떻게... 이토록 다정한걸 만들었을까? 어떻게 이런 만화를 그려냈을까? 정말이지 만화는 최고의 종합 예술이 아닐 수 없다..
🐥🐈⬛
4.0
다음이라는게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일단은 지금 즐거운것을 하자
abg
5.0
스포일러가 있어요!!
오보
4.5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되기도 하는 법이니까
부다페스트의 사라진 의자
4.0
선한 이들이 조금씩 유대를 쌓아가는 모습은 언제, 어떻게 봐도 참으로 매력적이다.
노덕노라
4.0
노덕노라 & JenyDawson
맷돌
4.0
어떻게 이토록 다정한 것을 만들었을까!
더 많은 코멘트를 보려면 로그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