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에움길'은 이옥선 할머니의 인터뷰/내레이션을 기반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나눔의 집에서 보낸 세월들과 생활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위안부 관련의 영화들은 다큐부터 극 영화까지 꽤 다양하게 나왔지만, 이 영화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상과 이들에 대한 기억에 상당히 주목한다. 수다 떨고, TV 보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며, 나들이도 가는 할머니들의 밝은 모습에서 "위안부"라는 단어 뒤에 우리가 놓쳤을지도 모르는 꿈과 재능이 많은 여성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는 끔찍한 역사와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투쟁을 외면하진 않는다. 평화로운 나날들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으며, 그 목적을 위해 오늘날까지도 싸우는 할머니들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위안부 문제가 안 풀리는 현실에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옥선 할머니의 내레이션에서 지나간 날들에 대한 그리움, 애틋함, 분노와 한이 느껴졌으며, 이 영화의 감정적 뼈대가 돼주셨다. 한편으로 이 영화는 다른 의미로도 많이 슬프다. 이미 떠난 할머니들에 대한 이옥선 할머니의 추억이 가득한 이 영화는 이제 일본군들의 전범 행위를 증언할 할머니들이 얼마 안 남았음을, 마치 그 분들의 생전 마지막 모습들과 의지와 메시지를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바로 그 점이 '에움길'의 씁쓸하고 구슬픈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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