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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rent

Laurent

5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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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만든 사람

책 ・ 2021

평균 3.6

처음엔 진아씨, 라고 썼다. 지우고 다시 지나씨, 라고 썼다. 하지만 지나라고 부르자 아무 말도 써지지가 않았다. 내가 진아씨한테 갖고 있던 어떤 느낌도 살아나지 않았다. 세 살 윤이들을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출근길 지하철역으로 같이 뛰던 사람, 잠들기 전에 한 번씩 내 집 쪽을 살펴봐주던 사람, 작은 쪽지 하나도 그냥 버리지 못하던 사람, 폭염과 태풍을 함께 겪은 사람이 진아이지 어떻게 지나란 말인가. 하지만 그 사람은 착한 모범생이던 시절에도 김팀장이던 시절에도 산모님이자 윤이 어머니일 때도 은행에서도 운전면허 시험장에서도 지나라고 불리던 사람이었다. 나는 진아라고도 지나라고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진아씨한테 편지를 보낼 수가 없었다. 그런 채로 이 사람은 대체 뭔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진아씨 생각에 골몰하면서도 진아씨한테 연락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진아씨한테 시간을 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나는 멈춰 서서 입술을 물었다. 그래, 당신이 원하는 게 그거라면 그렇게 할게. 백번이고 할게. _<보내는 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