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zerkalo

zerkalo

2 years ago

4.0


content

백인의 것

영화 ・ 2009

평균 3.4

2023년 06월 21일에 봄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아프리카의 한 나라,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 사이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마리아는 감독의 근작 <정오의 별>에서의 트리쉬와 같이 '거대한 힘 앞에서 무력한 개인'의 위치에 놓인 인물이 아니다. 떠나라는 경고를 여러 차례 무시한 채 주변 주민들을 착취하며 커피 수확에만 급급한 그녀는 오히려 식민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 속 그녀의 아버지가 등장하듯 마리아는 사실 식민주의의 세대가 아니라 그 아래의 세대이고, 그렇기에 그녀의 집착은 단지 익숙해진 식민주의의 생활과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모든 것을 잃고 갈 곳이 없게 된 - 언뜻 업보를 되돌려 받는 것처럼 보이는 - 그녀 역시 시대의 피해자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식민주의, 즉 백인의 것이 아닌 것을 가지려는 백인들로 인한 비극은 마리아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결국 영화에서 목숨을 잃은 자들은 누구인가? 바로 죄 없는 주민들, 잠에 든 채 잔인한 죽음을 맞이한 소년병들, 그리고 '그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그 나라가 좋아하지 않는' 마뉴엘이다. 식민주의에서 비롯되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 올려진 폭력에 목숨을 잃은 이들이 과연 누구를, 무엇을 탓할 수 있을까? 영화가 라스트 신에서 달아난 한 반군의 모습을 보여 주듯, 이 비극은 끝나지 않았으며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독특한 플래시백 구조 속 짙게 맴도는 (이러한 소재에서 연출력이 특히 두드러지는 듯한, 그리고 틴더스틱스의 음악과도 정말 잘 어울리는) 감독 특유의 차가운 긴장감과, 그 안에서 이자벨 위페르가 펼치는 뛰어난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다. 상투적일 수 있는 주제에서 단순한 선악 구도를 그리지 않고 비극을 탐구하려는 방식도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