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함성규

함성규

4 month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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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영화 ・ 2022

평균 2.6

1~2주 전쯤 아트하우스 관에 다른 작품 보러 왔다가, 멍하니 앉아 봤었던 조금 독특한 예고편에 끌려서 보고 싶어 했던 작품이다. 그래서 정작 보러 오게 되니, 시작부터 조금 흠칫했던 부분은... [배급사]가 '거기'였다는 점에서 살짝 놀랬던 것 같다. 독립 영화 중에서도 이렇게까지 마이너해 보이는 작품을, 그것도 3년 전에 부국제에서나 상영된 '한국 영화'를 그 배급사가 갖고 왔다는 점에서 '이거 뭐지?' 싶었던 듯.. 그리고 작품 내에 이상한 이벤트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는데, 얼핏 CGV에서 예매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스치듯 봤던 부분이라 '아~ 이거 말하는 거였구나' 싶긴 했다. 근데 막상 실제로 보니까 부국제도 아닌데 이런 이벤트 아닌 이벤트를 넣어놨다는 게 좀 특이한 경험이라, 좋았던 것도 아니고 딱히 싫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작품 외적으로 조금 신비했던 부분? 혹은 다른 외화라던가 반대의 경우들을 볼 때도 비슷하게 느꼈던 부분이지만, 특정 국가의 작품은 그 특정 국가에 살고 있는 관람객이 감상했을 때에나 가장 진솔하고, 명확한 감독의 진위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 <패스트 라이브즈>, <어쩔 수가 없다> - 정작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들이 이상하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의 평가가 어쨌네 저쨌네 갖고 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아무튼 그런 외적인 부분들과는 별개로, 작품 자체의 얘기로 넘어온다 하더라도 오오극장에서 나 홀로 외로이 힘에 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요 근래 한국 독립 영화들 보면서 기대치가 높아진 부분도 있고, 더군다나 '그 배급사'가 (내가 알기론) 가지고 온 최초의 한국 영화라 그런지,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라는 마음으로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10분... 20분... 30분... 그리고 1시간이 지나도 작품이 말하고 싶은 주제의식이 도대체 무엇인지 가늠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가뜩이나 작품 통틀어서 저 배우의 얼굴을 '알고 있다'라고 인지할 수 있는 배우분께서는 한 분밖에 안 계셨고, 다른 주역 4인방은 스크린에서 처음 보는 낯선 얼굴들뿐이었는데, 이 4명의 여성 배우들이 호감 가는 캐릭터를 연기한다기보다는 전부 하나씩 어딘가 모자라거나, 아니면 '정신줄을 놓은 건가?' 싶을 정도로 이상하거나(도시락은 왜 안 치우는지?) 불쾌함을 유발하는 연기를 실감 나게 보여주다 보니, 작품 내의 연출에서도 호감을 느낄 만한 포인트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작품을 포장해 보자면, 작품 시작 전에 오오극장에서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예고편을 틀어주어서 그런지,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카와이 유미]의 또 다른 신작이 개봉해서 그런지 미야케 쇼의 <어떤 작품>이라던가, 또다시 카와이 유미의 <어떤 작품 2>처럼 '청춘'을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긴 받았다. 작품의 개봉 시기가 꽤 늦어진 작품인데(3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그런지 옛 감성처럼 느껴지진 않았지만 작품의 시대 배경 자체가 그 시절(실제론 2020~2021 정도이지 않을까 싶었다)인 만큼 묘하게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감성이 있고, 작품 안에 등장하는 '5명의 여성 캐릭터들'의 나이를 감안하고 생각하고 대입해 본다면, 그 나이와 그 시절만의 각기 다른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관람객인 나도 그런 시기를 지나온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비슷한 것 같기도 해서, 성별도 다르고 나이도 조금 다르지만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그런 시기에서 묘하게 공감이 갔던 것 같다. (한 분은 아직 나이 차가 있어서 공감한다고는 할 순 없지만, 딱 '그 시기'의 고민들이 보통은 한 가지의 사유로 귀결되는 부분이 있을 테니까) 그런 부분에서 본다면 독립 영화 안에서도 딱히 엄청나게 새로울 만한 소재도 아니었고, 단순히 영화적인 연출에서도 '재미있는' 영화와도 거리가 있었다는 점. 애초에 영화라기보다는 연출 자체가 거의 [웹 드라마] 수준으로 느껴질 만큼 저예산 느낌이 강했고, 완성도적인 측면에서도 '조악하다'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조금 많았다. 그래서 당연히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과 그렇게 길지 않았던 러닝타임(101분)에 비해 장황하다는 느낌이 아예 없었던 작품도 아니었다. 그래도 초중반부의 살짝 루즈했던 연출에 비해서 작품의 후반부에는 작품이 무슨 내용을 담으려고 했는지 그런대로 보이기도 하는 작품이었고, '어머니' 역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은 사실상 거의 모두 뉴페이스였지만, 그런 신인 배우분들의 어색하다면 어색하고.. 왠지 진짜 같다면, 진짜 같은 느낌의 독립 영화 톤이 살짝 작품의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렸는데, 그중에 가장 좋았던 부분 하나를 꼽으라면 [우화정] 배우의 김밥 먹는 씬에서 느껴지는 감정선이... '연기'가 아니라 '진짜'처럼 느껴졌다. 개봉 시기도 많이 밀려서 3년이 지난 작품이었고, 나 말고는 다른 관객 한 명조차 없던 독립 영화관에 앉아, 제작 지원이나 협찬 같은 흔적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처음 보는 신인 배우들이 나름대로의 열연을 펼치는 소규모 작품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위에 언급한 후반부 김밥 먹는 장면으로 하여금, 감정과 캐릭터 그리고 배우의 나이, 이 모든 요소들이 묘하게 그 시절만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상황과 감성을 한꺼번에 표출하는 것처럼 보여서, 소위 말하는 작품의 '킥', 쉽게 표현한다면 작품의 주제 의식 정도로 느껴졌기 때문에.. 그래서 저 장면 하나만으로도, 전체적인 작품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고 여겨도 될 만큼 진솔하게 다가왔다는 점. 정말 과하게 단순한 스토리 라인 속에서도 현실적인 인물들의 내면과 관계, 20대 혹은 30대에서 그 이상까지의 고민이 섬세하게 드러나는 작품이었고, 딱히 극적인 연출은 없어도 감정의 흐름과 소소한 순간들을 통해 그 시절만의 공감이나 회상을 이끌어낼 만한,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 찰나의 영어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