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실

집에서 온 소식
평균 4.0
지하실 (jihasil.com) | OTT | 2026년 1월 5일 - 1월 31일 뉴욕 거리의 모습 위로 벨기에에서 보낸 어머니의 편지가 낭독되는 본 작품은,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의 간극을 통해 이주민의 고립감을 구성한다. 카메라는 지하철, 거리, 항구 등을 무심하게 응시하며 도시의 익명성을 강조하고, 개인적 언어는 환경과 쉽게 결합되지 못한 채로 맴돈다. 편지는 서서히 감정의 밀도를 잃고 일상의 보고로 변하면서,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정서적 거리를 드러낸다. 샹탈 아커만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불일치를 통해 ‘집’이라는 개념을 해체하고, 현대적 소외의 풍경을 차분히 기록한다. • <호텔 몬터레이>, <잔느 딜망>, 그리고 <집에서 온 소식 (1977)>로 이어지는 아커만의 초기작들을 상영하기로 한 건, 사실 그 순서대로 그녀의 작업 방식을 긍정할 수 있게 되어서 그렇다. 첫 번째 뉴욕 체류에 이어 다시 뉴욕으로 떠난 그녀는 전작들과 유사한 방법론을 도입하면서도, 벨기에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들을 그 위에 낭송하여 영상들에게 전혀 다른 색채를 입힌다. <잔느 딜망>에서도 언니가 캐나다에서 보낸 편지를 잔느가 읽는 장면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것이 그 작품에서 대체로 소거되어있는 페이소스를 확인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페이소스로 완전히 뒤덮여있는 <집에서 온 소식>을 내가 싫어하기는 어렵다. 머나먼 타지에 자식을 보낸 어머니의 음성이란, 당신이 누구라도 눈물 버튼이다. 그걸 차디찬 대도시의 풍경 위로 덧씌우니, 이미지와 얽히는 감정의 결이 성기다.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다보면 집에 두고온 사람들과의 정서적 끈을 놓치기 쉬운데, 어머니 편지가 택시나 지하철 등의 주변 소음에 묻히는 대목들에서 아커만의 미안한 마음이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