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뤽 고자르

누벨바그
평균 3.8
<누벨바그>는 즐거운 괴작이다. 이만큼 영화에 푹 빠져서 관람한 후 머리에 남는 게 없는 영화는 드물다.(positive) 링클레이터는 <네 멋대로 해라> 촬영 현장을 찍는다고 해도 시네마 만세를 삼창하지도 않는다. 그냥 순수 100퍼센트 유머와 상황극으로만 구성된 진짜 무의미한 영화다. 이 영화야말로 릴스의 기원이 시네마라는 증거물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영화 전체에서 링클레이터 영화다운 유려한 촬영과 여백이 두드러진다. 다만 그 외에 무엇이 있는가. <네 멋대로 해라>의 주역 장-뤽 고다르나 진 세버그 장 폴 벨몽도, 촬영 감독 라울 쿠타르 뿐만이 아니라 누벨바그의 주역이었던 수많은 감독의 이름이 마구 범람하지만 각 캐릭터는 그저 그 감독의 외적 개성을 의도적으로 모방하고 있을 뿐이다. 장 피에르 멜빌은 과묵해서 웃기고, 고다르는 대충 살아서 웃기다. 이는 영화적/문학적 캐릭터라기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호적 캐릭터(캬라)에 가깝다. (하자나비시우스의 <네 멋대로 해라:장 뤽 고다르>만큼 고다르를 밈으로 소비하지는 않는다.) 또 미국인이 왜 이 영화를 찍었느냐는 대답도 사실은 무의미한 듯하다. 링클레이터는 1960년대 파리의 풍경과 누벨바그를 깊게 이해하기보다는 그냥 장난감으로 쓴다. 따라서 <누벨바그>와 가장 비슷한 콘텐츠를 이야기하라면 차라리 일본 근대문학의 거장을 모에화하고 이능력 캐릭터로 개조한 애니메이션 <문호 스트레이독스>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도 영화가 도둑질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말하며 고다르의 기행을 모에 포인트로 삼는다. 올해 최악의 영화라는 대사도 꽤 애니메이션스럽다.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서 <극장판 누벨바그:내가 감독이 될 수 있을리 없잖아! 네 멋대로 하는 영화 대소동> 쯤의 제목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어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