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유조

유조

11 month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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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하고 천박하게

책 ・ 2025

평균 3.7

김4월 언니. 나는 9월에 태어난 정유주인데, 나이를 모르니 언니라고 할게요. 늘 언니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찾아봤다면서요.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 5년 전 언니가 낸 책 <사랑하는 미움들> 코멘트 여기에 썼는데. 언니 노래 너무 좋아해서, 내가 언니가 쓴 노래에 너무 울고 아팠어서, 거기서 나랑 같은 죽음 냄새가 나서. 언니 노래는 위로가 아니라 더 크고 도저한 고통이라 거기에 공명하는 순간엔 밖으로 나와 내 아픔을 관조할 수 있어서. 그래서 언니가 쓴 그 책에 진짜 반, 거짓말 반 했어요. 솔직히 그 책 별로였어요. 근데 이상한 의리 때문에 별 다섯 개 주고 좋다고 주절주절 느끼한 코멘트 썼어요. 그리고 그 책 알라딘에 중고로 팔았어요. 죄책감 조금 느꼈지만 인세는 사월 언니한테 갔을 테니까 뭐, 하고는. 그 책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쯤 해서부터 언니 노래도 안 찾아 들었어요. 나 자해는 언니 노래 듣는 거였는데 더는 그럴 힘도 없었거든. 여기부터는 자기본위인데, 내가 느끼는 언니는 시를 읊듯 노래하는데. 편지처럼 가사를 쓰는데. 왜 그 책의 글들은 별로였지. 진짜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김사월한테 실망을? 언니는 나를 가장 잘 베는 칼인데? 이번 책 읽고 생각했어요. 김사월 언니는 일기보다 편지를 잘 쓰는 사람 같다. 그럼 내가 너무 좋아한 언니 노래는 일기가 아닌가? 응, 나는 김사월 노래를 남의 일기장 훔쳐 보는 기분으로 들은 게 아니라 편지처럼 열어봤던 거 같다. 언니 노래는 다 나한테 온 편지였다. 나한테 김사월x김해원 알려준 이제는 나한테 연락 안하는 수경언니한테도 아니고 세상도 아니고 언니 전애인도 아니고. 언니 노래들은 그때 히읗이었던 정유주 꼭 보라고 쓴 편지였다. 언니는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어서 그런 가사로 노래할 수 있는 거였다.
 이훤이란 이름은 이슬아 남편으로 알고 있었어요. 솔직히 이름이 너무 멋있어서 그런가 도리어 어딘가 현학적이고 허세가 느껴져 비호감이 된,, 알지 못하는 건 일단 좀 미워하고 보는 게 내 디폴트인지. 결혼식 사진을 마지막으로 청자이자 독자의 특권으로 김사월에 이어 이슬아와 이름 말곤 아는 게 없는 이훤 모두와 일별했어요. (그치만 이성애 결혼식을 틈입해 부른 축가는 세상에서 파천황 김사월만 줄 수 있는 유일한 축복이어서. 남의 결혼 축가 10번은 찾아들은 건 나도 처음이에요) 소원해진 언니한테 이제 진짜 최종 마지막 실망.txt 하고 싶었나? 그래서 이 책 읽었는데 이번엔 의리 아니고 진짜로 좋았어요. 남자랑 친해지는 거 불편한 거 참고, 표현 후진 거 아는데 남성성 스펙트럼에서 보기 드문 위치의 유장한 ’남자‘ 이훤과 편지로 갈마들며 직조한 우정. 작가 발라버리는 기세와 내 친구 남편 내 친구로 만든 거. 이제 내가 이훤의 작업이 궁금해진 거 다. 이거 내 여자친구 밀리의 서재 계정 빌려 읽어서 미안할 정도로 짜릿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별 네개 반 주는 거 짜치죠? 근데 난 너무 나 같은 거엔 만점을 못 주겠는 고약한 인간… 윌리엄 해즐릿이 그랬어요. “고상함을 가장하는 태도가 가장 많은 곳에 반드시 두 배로 많은 상스러움이 있다.” 그치만 사월 언니, 우리가 어쩌다 한 번씩 진짜 고상함의 얼굴을 마주치고 알아볼 수 있는 건 세상에 총천연색의 천박함이 널려있는 덕분 아닐까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 우리는 그걸로 노래를 글을 그림을 만들잖아요. 
 이번 책은 사서 꼭 좋아하는 친구한테 줄게요. 걔가 되게 시적인데 꼭 시를 모르겠는 것처럼 굴거든요. 2025.4.4 히읗이었던 유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