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Laurent

Laurent

9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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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영화 ・ 2015

평균 2.6

"당신은 그저 나한테, 선생도 여자도 아니야. 악마야, 악마." 1. 진부하고 상투적인 대사들에 짜증이 날 정도였지만, 물 붓는 장면 하나로 모든 걸 이해했다. 감독이 저 장면을 보고 싶어 각본을 쓰다가 하 여자 둘을 어떻게 싸우게 만들지, 하 요즘 고딩들은 야자도 안 하더라 부럽다, 그래 야자 안 하는 남고생을 집어 넣고, 하면서 이거 붙이고 저거 붙이다가 한 시간 동안 헤맸나 보다라고. 그만큼 펄펄 끓는 물에 대비되는 효주의 무표정은 손을 델 것처럼 차가워, 보는 것만으로도 파괴적이다. 혜영의 얼굴, 재하의 치기, 평화로운 교정 모든 걸 어그러지게 만든다. 2. 영화는 김하늘의 싸늘한 표정 연기에 상당히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나마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해준 건 클로즈업 때마다 색다르게 사연을 뽐내는 이원근의 마스크. 멀리선 평범한 학생이었던 재하가 가까이에선 여유롭게 속삭이는 남자가 된다. 그리고 욕실에선 주저 앉아 우는 소년이 된다. 장면장면이, 그 마스크 때문인지 깊이 남는다. 3. 혜영은 초반만 해도 사랑 받으려 애쓰는 어린애마냥 그려져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종국엔 게임에 능숙해 메뉴얼을 진작 익혀버린 어린애로 보여진다. 그런데, 감독이 여자 둘을 어떻게든 싸우도록 하려다보니, 혜영 캐릭터의 설정이 과하다. 제발 나를 미워하세요 굿하는 사람도 아니고, '사랑 받으려 애쓰는 금수저'부터가 이상한데 대사도 오글거린다. 친하지도 않은 선배 밥을 남자친구에게 사달라고 하는 건 뭐야. 이렇게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4. 보면, 효주는 늘 밥을 차리고 있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도 종일 굶고 있다가 효주 밥을 먹었고, 남학생도 달콤한 말과 잠자리를 제공하면서 효주 밥을 먹었다. 효주의 목구멍을 쥐고 있는 여교사도 효주가 차린 무언가를 먹으려던 거였다. 효주는 이제 밥상을 뒤엎었다. 부엌에서 들고 나온 건 밥도 아닌 차도 아닌 뜨거운 물주전자다. 마지막 장면의 효주는 더 이상 직접 싸온 도시락이 아니라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물 붓는 장면 때와는 또 다른, 먹는 장면의 무표정은 마치 한 입, 두 입 씹어내면서 자조를 숨기는 듯 하다. 이렇게 간단하고 쉽게 해결할 걸 왜 여태 꾸역꾸역 하루 한 끼 버텨왔나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