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iwoo

서울체크인
평균 3.6
◆ 특급 선발의 구원 등판 야구에선 아주 가끔 있는 일이다. 경기 후반부에, 벼랑 끝에 몰린 팀이, 수비 차례에, 더는 점수를 잃을 수 없고, 잃는다면 패배가 99% 확정되는 순간. 불펜 투수가 아닌 선발 자원의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광경이 펼쳐진다. 물론, 이 상황에 선 선발투수가 기존의 불펜진보다 잘 던지리란 보장은 없다. 선발에겐 마무리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이렇게 예외적인 경우까지 대비하며 훈련을 하지도 않는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인 류현진은 KBO에서 아홉 번, 그리고 메이저리그 진출 후엔 단 한 번의 구원 등판만을 경험했다. 나 역시 중학생 때부터 야구를 보았지만, 이 진귀한 장면을 실시간으로 직접 확인한 일은 한 번뿐이었다. 한국 대중문화 역사상 최고의 선발투수, 이효리의 최근 행보는 이 ‘구원 등판’의 상황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벌써 몇 번이나 자기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선보인 적 있는, 이미 어떠한 반열에 오른 특급 예능인이다. 너무나 명백한 선발 자원인 이효리는 2020년, MBC <놀면 뭐하니?>의 구원 요청에 처음으로 응했다. 꽤 오래 부진하던 <놀면 뭐하니?>는 이효리의 등판과 함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싹쓰리’와 ‘환불원정대’의 연이은 흥행은 프로그램 자체를 방송국의 간판급으로 격상시켰다. 이효리의 두 번째 구원은 이듬해인 2021년,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이하 ‘MAMA’)에서 이루어진다. MAMA는 흥행을 책임질 만한 아이돌 그룹이 부재한 상황과 코로나19 사태 등, 시상식 내외부의 악재를 이효리라는 카드와 함께 돌파하기로 한다. ‘13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호스트’와 같은 대대적인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이효리는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댄서들과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다. 그리고 2022년, 바로 이날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은 이효리의 세 번째 구원 등판과도 같다. 이효리는 앞서 넷플릭스 예능 <먹보와 털보>를 거하게 말아먹은 김태호 PD를 먼저 구원한 뒤, OTT 대격돌 양상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티빙(TVING)이라는 플랫폼까지 구원하려 한다. 야구라면 9회 말, 불펜 투수의 중책을 맡게 된 선발투수 이효리의 첫 피칭은 가볍고, 산뜻하며, 긴장감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유쾌했다. 포수를 자처한 엄정화와의 배터리 호흡 역시 완벽하다. 어쩜 이렇게 다 잘할까? 나는 이런 야구선수를 본 적이 없다.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www.entermed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