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리
3 years ago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평균 3.7
오랜 시간 시험관 임신에 실패한 부부가 남성임신을 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블랙코미디. 익숙하고 단순한 방식의 미러링을 전략으로 택하고 있다. 여성이 임신 이후에 겪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 가령 체형의 변화, 경력단절, 육아의 고통, 세상의 시선 등을 남성이 고스란히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단순한 설정을 개성 있는 작화와 목소리 연기로 밀어 붙이는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 부부가 모두 임신하게되는 후반부의 장면을 보며 떠올린 것은 동시에 임신한 트랜스젠더 부부의 사진이다. 영화 속 부부가 동시에 임신하고, 요가원에서 동시에 양수가 터지는 등의 장면을 보고 있자면, 그리고 영화 전체가 담아낸 임신 이후의 경험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이 영화는 임신이라는 경험 혹은 상황을 젠더에서 분리해내 보편적 경험으로 다루려고 하려는 것만 같다. 물론 이는 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오독이다. 하지만 <안 할 이유 없는 임신>이 보여주는, 그리고 연상시키는 어떤 이미지들은 임신이라는 경험이 일종의 보편으로 다가올 때에야 그것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