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오세일

오세일

1 year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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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더 자키

영화 ・ 2024

평균 3.2

사업가들은 아기가 백인인지 흑인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그 생명을 어떻게든 승마의 기수로 육성해 내어, 본인들의 사업인 도박의 부품으로서 그 존재들을 성공적으로 이용하는 것만이 목표일뿐. 아마도 추측건대 만프레디니가 겪었다던 과거의 트라우마는, (강제로) 최고의 기수가 되기 위한 훈련의 과정에서 경험하게 된 성 정체성의 혼란이 아니었을까.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치부해 버렸던 그의 여성적인 모든 행위들은 사실 본연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진실의 과정들이었으며, 끝내 그는 트라우마의 중심적 인물로 추정되는 카우보이와의 승마 경주(그는 자동차를 탔다)에서 승리하며 비로소 트라우마를 이겨냄과 동시에 온전한 개인의 정체성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헛간으로 표현된 자궁에서 그는 환생의 단계를 거치게 되며, 성별적인 경계의 모호함을 벗어난 완전한 여성의 존재로서 새로운 삶을 얻게 된다. <킬 더 자키>는 매우 독창적인 방식으로 쓰인 젠더의 이야기이며, 한 인간의 정체성이 정립되는 일종의 내면적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애매한 태도의 미학을 지양하며, 감독의 창의적 터치를 여실히 살려낸 영화의 올곧음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과도한 메타포의 향연은 개인적인 취향의 영역을 비껴나간 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미지들이었다. 감독의 연출만큼 배우의 열연도 돋보였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