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우석

페스트
평균 3.9
이 소설은 천재의 상황속에서 피어오르는 악이나 인간성 상실에 초점을 두는 '패배'를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투쟁하고 성실하게 버티는 '극복'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페스트 균의 형태로 표현된 악을 극복해 해피엔딩으로 보이는 결말 뒤에는 사실 다른 메세지가 숨어있다. 악은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형태만 변화할 뿐 언제나 인간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인간의 투쟁은 결국 무한히 순환될 뿐 이 부조리의 끈을 끊어버리지는 못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존재는 부조리이며 무상한 것이라는 결론에 귀착하는 것이다. 단순히 페스트가 창궐하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소설로만 보이지만 결국 인간의 존재에 대한 카뮈의 고찰이 숨어져있다. 1. 그래서 사람들은 천재가 비현실적인 것이고, 이내 지나가 버리는 악몽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천재는 항상 사라져 버리지는 않는다. 악몽에서 악몽으로 계속되며, 사라지는 것은 오히려 인간들이다. 2. "아! 차라리 지진이기나 했으면! 한번 크게 흔들리면, 그저 말 없이... 죽은 수효와 산 수효를 헤아리면 그것으로 승부는 나 버리죠. 그러나 이런 망할 놈의 병은 걸리지 않은 사람까지도, 마음속으로는 걸려 있단 말입니다." 3. 즉,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 같은 문제가 아니에요.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만한 생각일지는 모르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4. 페스트 병균은 결코 죽지 않는다. 수십 년 간 가구나 내복 속에서 잠자다가 쥐들이 쑤석대고, 어떤 행복한 도시를 겨냥할 날을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