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케빈 맥도널드 감독의 영화 '휘트니'에는 불안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라는 휘트니 휴스턴이 그 명성과는 달리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맞았는지 우린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몰락에 앞서 끝을 모르고 위로 올라가는 그의 전성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이후에 찾아올 속절없는 추락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해진다. 영화 '휘트니'는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삶 전체를 담기보다는 그녀의 삶이 어떻게 무너져내렸는지를 돌아본다. 중요한 건 맥도널드 감독이 영화의 이러한 방향을 선택했다기보다는 휘트니 휴스턴의 실제 삶의 궤적이 이미 영화의 방향을 '결정'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몰락이 휘트니 휴스턴이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신은 휘트니 휴스턴에게 줄 수 있는 모든 재능을 줬고, 그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게 해 그녀에게 그야말로 압도적인 부와 명예를 선사했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그녀를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는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휘트니 휴스턴을 어떻게하면 바닥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지를 궁리하다가 결국엔 이 못된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처럼 보인다는 거다. 그래서 '휘트니'를 보고 있으면 그 믿기 힘든 목소리에 전율하다가도 자주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휘트니 휴스턴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 간 건 물론 마약이었다. 다만 그건 의학적 소견에 불과하다. 마약은 오히려 그녀의 유일한 도피처였던 거로 보인다. 그만큼 휘트니 휴스턴은 외로웠다. 그녀의 한 측근이 말한다. 휘트니의 삶과 경력이 빠른 속도로 붕괴하고, 그 사실이 대중에 알려졌을 때 마이클 잭슨이 그녀가 묵는 호텔을 자주 찾았고, 두 사람은 말 없이 앉아 있었다고. 마이클 잭슨은 휘트니를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고. 거대한 성공이 가져온 다양한 종류의 압박, 이 성공에 기생하는 주변 사람들의 난장과 배신, 남편 바비 브라운의 주체할 수 없는 질투, 딸 크리스티나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녀를 끝없이 괴롭힌 어린 시절의 불행…. 어쨌든 이 모든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할 사람은 휘트니 휴스턴 자신뿐이었는데, 간단히 말해 그녀에게는 그럴 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게 우리가 알고 있는 비극적 최후의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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