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박범수

박범수

8 year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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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책 ・ 2015

평균 3.5

단기 탐사보도나 기획기사처럼 쓰여진 맞춤형 소설 같았다. 트렌디한 이슈를 빠르게 캐치한 후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에 맞게 현상을 나열하고 편집한 것처럼 보이는 구성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깔끔한 문장과 성실한 취재가 인물과 사건에 아무리 생동감을 불어넣어도 독자의 흥미와 관심을 끄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기는 어렵다. 결국 깊이는 취재의 양이 아니라 소재를 바라보는 글쓴이 나름의 통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자기만의 ‘왜’조차 없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두루뭉술한 결론을 정해두고 안타까움과 응원의 감정만으로 ‘어떻게’를 채워넣은 느낌이다. 한국 사회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40대의 책임의식으로 소설을 썼다면, 스스로를 20대에 이입할 것이 아니라 20대와 40대를 어떻게 이을 지에 대한 관심을 가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경의와 존경을 보내는 한 명의 20대로 감히 말하자면 계나를 포함한 한국의 젊은 사람들은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의지해 살아온 것에 대한 부채의식과, 선택하고 투자한 모든 것들이 비용으로 처리되어 영원히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매 순간의 손익계산서를 두들겨 보면서 나만의 자산을 불려가는 게 지금의 20대다(그런 의미에서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 운운하는 계나의 나이브한 대사는 낯간지러웠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닌 과정의 부산물 아닌가?). 스스로를 구원하는 건 나 자신 뿐이라는 걸 젊은이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어쨌든 무엇이든 하라고 옆에서 박수치는 게 잔소리가 아니고 뭔가. 그래도 소설을 재밌게 읽었기에 ‘꼰대치고 착하다’는 식으로 빈정거리고 싶지는 않다. 글쓰기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굉장히 멋지기도 하고.   *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이 읽고 싶어졌다. 거기에 이 소설이 주는 인상에 대한 답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