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Sleep away

Sleep away

6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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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조안

영화 ・ 2020

평균 3.5

체감하기에는 좋지만 다소 밋밋할 수도 있을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설정이 지닌 드라마의 가능성을 훌륭하게 뽑아내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 설정이 의외로 매체하고도 잘 맞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익숙한 한국의 풍경인데, 미세먼지 안개의 묘사와 몇가지 미술적 장치들만으로도 다른 세계라는 느낌이 제법들었으니까. 제작비를 상당히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가 좋다. SF설정을 빼면 드라마적으로는 상당히 익숙한 설정인데도, 디테일이 좋고 연결도 자연스러워뭔가 이야기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생각이들었다. 물론 장편 영화에 비해 런닝타임이 짧고 아무래도 기획드라마이다보니 이러저러한 제약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이또한 연결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전체 런닝타임에 비해 극적인 포인트들이 워낙 많아서 아주 현실감이 있는 드라마가 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근데 사실 이건 이런류의 멜로드라마가 지닌 장르적 특성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자주 마주치게 되는, 어쩌면 너무 대놓고 극적이라고 작위적이라고 말 할 수도 있을 법한 로맨틱한 순간들이, 이렇게나 반짝일 수 있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는 드라마를 끌고나가는 노련한 연출 덕이기도 하겠지만 당연하게도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의 공이 가장 클 것이다. 특히 이오역의 최성은 배우의 집중력은 가히 놀라운 것이었다. 어떻게 저럴수가 있을까 싶을정도로 그야말로 순식간에 화면을 장악해버리더라. 장르적 특성상 현실성이 아주 높을수는 없는 장면들임에도 불구하고 이오의 클로즈업만 나오면 순간 모든 것을 잊고 완전히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감정연기 하나로 이런정도의 몰입감을 만드는 건 그야말로 슈퍼파워가 아닌가 싶더라. 근데 내 생각에 이런류의 연기는 이 나이 때가 아니면 나오기 힘든 것 같다. 뭔가 앞뒤가리지 않고 순간의 감정에 퐁당빠져 버리는 일이 가능한 나이니까 가능한 것 같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 또 그에 맞는 슈퍼파워가 있는 거겠지만...... 물론 말할필요도 없이 이런 연기를 젊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보는 내내 이 사람이 왜 아직까지 슈퍼스타가 되어있지 않은지 의아할 정도였다. 게다가 내 생각에 이 배우가 지닌 슈퍼파워는 한국에서도 굉장히 보편적으로 통할 것 같은데...... 드라마 운만 따라주면 곧 대박나지 않을까? 그리고 당연히 파트너인 김보라 배우의 연기도 너무 훌륭했다. 김보라 배우가 연기한 조안은 어찌보면 하이틴 로맨스물에 자주 나오는 타입의 캐릭터인데 자칫 붕 떠버릴 수 있을 이런유형의 캐릭터에 이만한 무게감과 생명력을 부여해 줄 수 있었던 것은 김보라 배우의 놀라운 능력이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각본상의 캐릭터 구성도 어색함없이 너무 잘 만들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이야기속에서는 생생하게 살아있던 캐릭터가 영상화 과정에서 어색해지는 예도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역시 배우의 훌륭함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클라이막스인 천문망원경씬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두 배우의 눈빛연기는 그야말로 굉장했다. 로맨틱한 긴장감이 팡팡 터지더라. 왠지 그 순간에 엄청 화려하고 이름다운 불꽃놀이 같은 걸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배우들이 이정도로 해내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필요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보같은 비유를 하자면 엄청난 제작비를 아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짜로 나는 엄청나게 아름다운 우주쇼를 본 것 같은 착각이 들었으니까...... . 물론 이 이야기는 안전한 판타지일 것이다. 매력적이고 선량한 캐릭터 둘이 나와서 대단히 드라마틱하고 아름답고 좋은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스타의 아우라를 한 껏 발산하고 있는 창창한 배우들이다. 이런 이야기가 내 실제 인생과 아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을 거란 생각은 안 든다. 그렇지만, 만일 내가 평생 내 인생과 관련된 것들만 봐야한다면, 그거야말로 지옥이 아닐까? 때로는 하늘에 떠 있는 별도 보고싶고, 불꽃놀이도 바라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면, 이토록 아름답게 구현된 최상의 판타지에 최선의 찬사를 바치지 않는 것도 배은망덕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막연한 생각이긴 하지만 사람이라는게 선량한 마음으로 구현된 무언가를 자꾸봐야 필요할 때 정말로 선량한 선택도 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지향성 같은 걸 놓치지 않도록 계속 북돋아 준달까? 그런면에서 이런 이야기가 가지는 의의도 충분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