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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있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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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nth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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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영화 ・ 2025

평균 3.4

빛과 어둠의 존재와 결여, 그리고 중첩 영화를 보는 내내 상당히 의아했다. <언더그라운드>는 내게 이전작 <가마>의 디럭스 확장팩 버전같은 인상이었다. 이런 식의 비유를 드는 것은, 추가로 삽입된 분량이 마치 '확장팩' 버전처럼 없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다 카오리 감독은 분명 <언더그라운드>에서 <가마>보다 더 다층의 레이어를 쌓았다. 그러나, 그것이 이 영화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오다 카오리 감독의 거의 전작을 본 나에게 이 감독의 최고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가마>라고 답하고 싶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현실 세계의 이미지와, 관객의 머릿 속에서 상영되는 플래시백, 그리고 한 움큼의 픽션적인 터치, 이 세가지 시네마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대단히 매혹적이라고 느껴졌다. 이 맥락에서 동시대 어떤 영화들과 비교해보아도 아름다운 <세노테>는 오다 감독의 가장 아름다운 영화다. 그러나 더 도발적이고 더 인상적인 영화는 <가마>였다. 필자가 느끼기에 감독이 <가마>에서 <언더그라운드>로 확장하면서 추가한 것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실제'적인 중첩과 극장과 동시대 사람이라는 레이어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어느정도 각각) 동시에 진행되던 이미지와 사운드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방식으로 중첩시켜놓았다는 점, 그리고 특히나 이미지는 빛과 어둠의 조화가 상당한 시각적 매혹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오다 카오리 감독은 '빛과 어둠의 존재와 결여'가 색이라고 주장하는 괴테의 색채론에 매혹되어 단편 영화까지 만든 사람이다. <아라가네>부터 <세노테> <언더그라운드>로 이어지는 [지하 3부작]을 연결시켜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실제 지하의 정치성과 이미지도 있겠지만, 지하 혹은 지층으로 존재하는 빛과 어둠의 조화-이미지일 것이다. 개별 작품으로서의 <언더그라운드>는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그렇지만, 빛과 어둠에 매혹된 오다 카오리 감독이 다음 작품에서는 과연 한발 더 나아갈까 아니면 다른 길로 나아갈까 궁금해진다. +) 여담이지만, 이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은 매력적이다. 그런데 오늘 영상자료원 2관 위쪽에선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고, 그게 황당할만큼 소리가 컸던 나머지, 처음엔 사운드 디자인 중에 삭제하지 않은 엠비언트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의 리듬이랑은 안맞는 것 같아서 상영관 우퍼가 터진건가 싶었는데, 전동드릴과 망치질 소리가 점점 이동하길래 아... 이건 리얼 공사소리구나 싶었다. 이렇게 사운드가 귀한 영화에서... 게다가 영자원에서... 이런 끔찍한 극장 경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