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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김현승

6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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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책 ・ 2016

평균 3.5

내가 맞춤법을 잘 안다고 자부하지 않는다. 여전히 '되'와 '돼'를 헷갈리고, '부딪히다' 시리즈의 정확한 활용이 부족하다. 이 책은 기본적인 맞춤법(이중 피동 등)과 좋은 문장 쓰는 법을 다룬다. 문장 교정을 업으로 삼는 글쓴이기에, 충분히 신뢰가 간다. 사실 문장 교정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대학교 1학년 사고와 표현 강의에서 교수님이 보여준 교정 사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혈관 속에 말이 뛰어다니는 것 같다'는 문장을 '혈관이 자맥질하다'로 교정하고 뿌듯해했다. 살면서 이 정도로 최악의 교정을 다시 볼 일이 있을까 눈살이 찌푸려졌다. 논설문이면 모를까 소설의 문장은 함부로 그따구로 바꾸면 안 된다. '혈관 속에 말이 뛰어다닌다'는 표현은 비유다. 작가가 굳이 '혈관이 힘차게 뛰었다'를 그렇게 표현한 것은 인물이 느끼는 바를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서다. 전자가 읽는 재미도 훨씬 좋지 않나. 심지어 한자어는 그렇게 좋은 표현이 아니다. 굳이 더 좋은 표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가의 문체마저 훼손해가며 한자어를 쓰는 것은 지적 기만이다. / 이 책은 어떨까? 그래도 이 책이 주장하는 수정 예시를 열심히 공부했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로 요약되는 수정 사항들은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내가 과거에 쓴 글들을 다시 살펴보니 '~적'이나 '~의'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작가는 '적'이나 '의'를 쓰는 글쓴이들은 자신에게 더 편한, 일률적인 법칙을 사용하기 위해 글을 부자연스럽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게으르다는 것이다. 정성 없는 글은 당연히 보기 싫은 법이다. /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대학교 시절 나의 최악의 경험을 보듬어줬기 때문이다. 작가는 완벽한 문장이란 없다고 말한다. 글쓴이마다 표현하고 싶은 바가 다르고 강조하고 싶은 단어가 다르기에 원칙만 고수하다보면 당연히 교정은 엉망이 되고 개성이 사라진다. 문장의 결이나 개성을 존중하되 하나의 글에서 그 개성이 일치되게끔 바꾸는 것이 좋은 교정의 원리다. / 나는 개성 넘치는 사람을 좋아한다. 당연히 글도 글쓴이의 개성이 드러나는 글을 좋아한다. 봉준호나 박찬욱의 영화를 보면 감독을 모르고 감상해도 감독을 떠올릴 수 있듯이 말이다. 다행히 내가 글을 쓰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떠올린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가져와 "이거 네가 쓴거냐" 물어보기도 한다. 그 글을 쓴 건 내가 아니었지만 그 사람의 마음 속에는 나만의 문장 결이 존재한다는 뜻 아니겠는가. / 군대에서 읽은 책 (068/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