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2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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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영화 ・ 2023

평균 2.9

2023년 12월 02일에 봄

나왔다 스콧식 전쟁 화법 "감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임신이랬어요. 내 경솔함에 대해 경고해야 할까요?" 나폴레옹은 조제핀을 '소유물'처럼 여기다가도 그녀 없이는 병들고 낙오되고 굶주리게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전투에서 패배한 것은 조제핀의 '부재' 때문이었으며, 계속되는 그의 '의기소침'은 조제핀으로 인한 '결핍'이었고, 어떻게 될지를 알면서도 불안 따위에 흔들리게 된 것은 조제핀이 느끼게 해줬던 사랑을 향한 '갈구'였다. 조제핀 하나로 '행복'과, '승리'와,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그의 '조제핀이 존재하지 않는 앞으로의 삶'에는 고통과 불안만이 남게 될 뿐이었다. "조제핀에게. 이곳 바위섬에서 400일을 보냈어. 더는 못 참겠어. 집으로 돌아가서 내 걸 되찾을 준비가 됐어. 당신과 프랑스." 리들리 스콧의 블록버스터를 정주행한 사람으로서 일단 전쟁씬 하나는 역대급 스케일을 자랑하고 늘 어떠한 장면을 구현해내느라 인물의 내면을 깊이 다루진 못 했었는데 (<킹덤 오브 헤븐> 제외) 제목이 <나폴레옹>인 만큼 정말 겉모습부터 내면의 밑바닥까지 소상하게 묘사되며 호아킨 피닉스의 명연기에 힘입어 영화가 끝난 후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훌륭한 영화였다. 몇 가지 아쉬운 건 나폴레옹이 러시아 전투에서 많은 군사들을 잃고 퇴역하게 되는데 다시 장군으로 복귀하는 과정과 , 병사들과의 유대감을 보여주는 장면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들은 감독판이 나오면 보완될 것 같다. 역시 전쟁 블록버스터에 있어서 영원한 황제와도 같은 리들리스콧의 작품을 이렇게 아이맥스로 볼 수 있다는 게 영광이었고 솔직히 초중반의 흐름과 최후의 전쟁 직전 2~30분 정도는 조금 루즈한 감이 없지 않아 느껴지지만 나폴레옹의 캐릭터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철저히 벗어나지 않는다. "난 다른 사람과 달라. 또 불안 따위에 흔들리지 않지." 나폴레옹은 '권력을 향한 탐욕'도 어마무시했다. 스스로를 '야망이 없다'고 정의했지만 그것은 전쟁에 결부되었을 뿐, 그의 진정한 야망은 바로 '진급'에 있었다. 그는 초반부 작전을 지시하기 전 숨을 헐떡일 정도로 겁쟁이었으나 이내 권력을 향한 '탐욕'만으로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칼을 들게 된다. 사실, '진급 문제가 걸려 있지 않았더라면' 그는 전쟁광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인물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성'이 아니라, '어떠한 탐욕으로 인해 서서히 낙오'되어가는 나폴레옹의 내면을 깊게 고찰했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리들리 스콧답다는 말이다. "난 다른 사람과 달라. 또 불안 따위에 흔들리지 않지." "난 야망이 없네. 난 누구와의 전쟁도 선포한 적 없어." 나폴레옹은 합리화를 정말 잘했다. 정확히 말하면,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행위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렇게 믿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도는 분명 권력을 얻을 수 있는 '진급'과 보여주기식 '명예' 때문이었겠지만 그것이 '국가에 도움이 된다'고 굳게 믿었고, 그렇게 프랑스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기로', '~하기 위해' 같은 목표 의식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러고 보니 내가 프랑스와 국민을 사랑하고 있었구나'라고 '그 간극의 과정'을 모조리 무시하고 결론만 떡하니 도출해냈다는 것이다. 나폴레옹은 '의지'보다는 '운명'을 더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으니까. "내 운명은 의지보다 강해. 그리고 나는 국민들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지." 프랑스가 '돈'을 위해 싸우고, 영국은 '명예'를 얻기 위해 싸울 때, '나폴레옹은 무엇을 위해 싸웠을까'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 영화를 보게 되면 굉장히 흥미롭다. 그는 언젠가부터 '특별한 목적지' 없이 말을 타고 달리는 듯한 기분이었고, 마치 이렇게 몇 번이고 전투에서 승리하다보면 '그토록 사랑하는 조제핀이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가 위대한 장군이 되었을 때 조제핀이 자신을 바라봐주는 눈빛에, 이제는 '위대'와는 거리가 멀어진 마지막까지 취해 있는 것은 아니었을지. "전 그렇게 답했죠. 모두 자신에게 없는 걸 얻기 위해 싸운다고." 군사들의 자부심은 바로 '지난 전투의 승리'에 있었다. 스콧의 전쟁 서사에는 늘 '전우애'라는 게 있었다. 함께 싸웠던 동료의 희생은 명예롭게 '승리'로 남는 것이고, 그 승리를 지휘했던 자는 바로 나폴레옹이었다. 그는 분명 '정착할 왕좌'를 잃어버려 길을 헤매게 되었지만, 군사들은 용맹한 표정으로 뒤에 빠져 있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나폴레옹의 모습을 동경한 채로 영원히 잊지 못 했을 것이다. 그가 마냥 '전쟁광이 아니었다'는 게 이 작품에 담겨져 있다. "자네들이 그리웠네. 내 집이 그립고 우리가 함께 이룬 승리가 그리워." 나폴레옹은 자신의 패전, 조제핀과의 이별, 그리고 스스로 절망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자신의 실수로 여기고 있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번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단지 그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연약한 몸이었을 뿐.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실수라는 것을 인정하고, 전장에서 후퇴를 하고, 조제핀에게 사과를 하고, 스스로 지옥길을 걸어가지 않았더라면, 그의 역사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난 실수를 하면 가장 먼저 사과하지만, 난 실수를 하지 않지." 그가 느꼈던 감정 중 '환희'와 '행복'이 없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언제까지나 자신의 곁에 승리와 조제핀이 남을 것이라고 자만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멸하는 원인은, '승리하는 법을 몰라서'도 아니고, '조제핀의 마음을 얻는 법을 몰라서'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삶을 살면서 제일 힘든 거지. 바로 타인의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 너희는 그러지 마. 위대하게 살도록." [이 영화의 명장면] 1. 바람 나폴레옹은 자신의 소유물에 불과한 조제핀의 불륜이 참으로 모욕적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자신이 목적지로 정한 사랑이 어긋남으로써 잡았던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놓친 듯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의 내면은 이 때부터 심하게 덜컹거렸다. 완벽하게 조제핀과의 사랑에 있어 '갑'의 위치하게 됨과 동시에,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하고 병들게 한다. 자신에게 제일 필요한 존재에게, 자연스럽게 말이다. "당신은 어떤 인간이야? 당신은 이기적인 짐승이야. 날 그렇게 우습게 보는 거야?" 2. 아우스터리츠 전투 나폴레옹은 늘 적과의 심리전에서 우위에 서있었다. 상대가 한 발 물러나 있을 땐 적극적으로 진군하는 공격성을 선보이다가도, 상대가 '완벽한 타이밍의 기습'이라고 여기고 있을 땐 이미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의 전쟁 능력은 '엄청난 군사력'도, '화력이 강한 무기'도 아닌, 늘 상대의 전략을 갖고 놀 정도의 뛰어난 지략과 침착함에 있었다. 아무리 '권력' 때문에 욕심내게 된 장군의 자리더라도, 그의 '살생 재능'에 있어서는 아무도 따라오지 못 했다. "상대가 유리하게 여기도록 놔둬." 3. 최후의 전투 전투의 스케일은 가슴이 웅장해지리만큼 엄청났지만, 이상하게 나폴레옹의 마음은 텅 비어 있는 것만 같아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장면. 늘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있던 그의 눈빛에선, 마치 '이 전투에서 내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허망한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고,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전략인 '기습'이라든지 '심리적 우위'도 보여주지 못 하고 오로지 전면전으로만 뚫으려고 하는 안일함이 그가 얼마나 망가져있는지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했다. 아마 그의 전쟁 본능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전투에선 질 것이라는 걸.' "병사들에게 뭐라 말할까요?" "비를 그치라 해." 나폴레옹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을 하기엔 그는 '탐욕'에 눈 멀어 있었고 조제핀과의 '사랑'으로부터 벗어나지 못 했으며 단 한 번도 '스스로'를 뒤돌아 보지 않았다 그뿐이다 "지금 당신은 뭐 하고 있을까? 당신이 혼자 있는 게 싫어. 당신이 무너지도록 모든 걸 망가뜨려놨어." "난 매일 당신을 만나러 가는 꿈을 꿔. 당신은 매번 날 거절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