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lupang2003

lupang2003

2 year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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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시리즈 ・ 2023

평균 4.1

<레슨 인 케미스트리> 드라마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설과 다른 점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소설과 같은 부분, 소설에 있던 본연적 약점 때문이다. 미술은 <스텝포드 와이프>의 세계처럼 매끈하고, 엘리자베스의 헤어도 의상도 당시의 백화점 광고에서 빠져나온 듯 세팅되었다. 또한 지적인 화학자이자 유능한 요리인, 뛰어난 방송인인 엘리자베스는 당시의 남성주의적 세계에서 저항하는 투사이지만, 한편으로는 사회가 여성에게 바라는 이상적 매력을 갖췄다. 엘리자베스의 딸 매드도 나이에 비해 영리한 아이로서 사랑스럽고, 소설과 드라마의 결말이 일치한다면 종국에는 이 가족을 기다리는 행운이 있다. 멜로드라마적 구성에 따라 남달리 뛰어난 특성과 덕성을 가진 주인공이 처음에는 박해받지만 결국은 그 미덕에 따른 보상을 얻는 과정이다. 허구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보니 가머스의 소설은 순진한 판타지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었다. 50년대에 과학자인 여성이 요리 쇼로 성공한다는 무용담은 그 자체로 읽기에 즐겁고 의미도 있지만, 역사적 현실성은 줄어들었다. 드라마로 각색되며 엘리자베스는 현실적 여성의 면모를 띠었기에 방송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과정이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소설과 차별화하기 위한 각색이 소설의 플롯을 따라가며 생기는 위화감이 있다. 그럼에도 <레슨 인 케미스트리>에는 이런 판타지만이 갖는 희열이 있다. 6화 이후, 요리쇼를 진행하는 엘리자베스는 요리의 과학적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방청객에게 질문을 받고, 의대에 진학해보라고 권한다.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밖에 몰랐던 방청객 필리스의 삶은 요리쇼 하나로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 장면을 본 수많은 여자들은 어떤 용기를 얻었을까. 허구의 역사극인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대체역사적 낙천주의가 있는 만큼, 우리에게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라고 격려해준다. 현실에선 아무리 어렵더라도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고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은 ’수업‘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