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상민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평균 3.3
하이파 알 만수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영화이자, 최초의 여성 감독-주연 영화였던 <와즈다>로 인상적인 데뷔를 마쳤습니다. <메리 셸리>는 엘르 패닝을 주연으로 내세우며 하이파 감독이 처음으로 서구권에 진출한 작품이죠. (룩셈베르크-영국-아일랜드 합작입니다.) <와즈다>가 최근까지 사우디아라비이가 여성에게 자전거 운전을 허용하지 않았던 일상적인 차별에 중점을 맞췄듯, <메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저자로 알려진 메리 셸리(결혼 전의 성은 ‘고드윈’)의 삶을 비추며 19세기, 근대 영국과 여성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어찌보면 위험성이 많은 소재였습니다. 메리 셸리나 그의 남편 퍼시, 메리의 의붓여동생인 클레어, 그리고 셸리 부부와 절친한 사이였던 바이런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이야기는 자칫 잘못 다루면 ‘막장 치정극’이 되기 십상입니다. 자유주의와 퇴폐주의적 로맨스의 연속이었으니까요. 물론 하이파 알 만수르는 19세기 영국의 낭만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퇴폐미가 넘치던 당시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합니다. 최대한 자연 조명이나 촛불/가스등을 광원으로 사용하려 하고, 격정적인 사랑이 곧 퇴폐적인 삶으로 이어지는 부분도 놓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퇴폐와 낭만을 그리면서도 그저 취하지 않습니다. 대신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집필하기 까지의 행적에 집중하며 시대와 개인의 한계를 마주합니다. 과학이 근대적으로 점차 발전하고, 종교나 사회적 억압에서의 자유를 외치는 분위기에서도 여전히 여성은 억압받고 권위와 차별의 시선은 여전히 공고합니다. 영화는 메리 셸리가 개인과 여성의 자유를 위해 집을 나가지만, 그 이후 겪는 퇴폐와 절망의 순간을 통하여 시대의 한계와 다시 그 안에서 여성이 겪는 한계를 섬세히 묘사합니다. 이런 깊은 묘사들이 중첩되이 결합하며 19세기 영국이 거친 시대의 위선, 그 안에서 고통을 겪은 개인의 감정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을 진정으로 만들었음을 내비춥니다. 그러기에 영화는 퇴폐적이면서도 침몰하지 않고, 실패의 여정에서 개인이라는 주체가 빚어지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떤 의미로는 하이파 알 만수르 자신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으로서 영화를 만들며 겪은 감정과 고민을 ‘메리 셸리’라는 역사적 인물에 투영한 느낌도 들고요. 전기 영화로는 물론, 고딕 로맨스-드라마로써도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엘르 패닝의 연기도 함께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