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판호
2.5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영화 ・ 2020
평균 3.6
2020년 배v슈의 재림. 덧! 반도를 보고나온 전 딥빡이 차올라서 고갤들어 욕이 나오지 못하게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살짝 웃었습니다. 8년만에 뭉친 브라더와 홍경표 촬영감독의 때깔, 그리고 아쉬웠지만 스릴감이 눈에 띄었던 데뷔작 '오피스' 홍원찬 감독의 칼을 갈고 나왔을 듯한 또 한번의 스릴감! 이 모든걸 농축시킨듯한 잘~뽑힌 예고편이 그간 신파와 국뽕이 넘치는 한국영화의 도떼기시장에서 '오랜만에 물건 하나 나왔다!', '이젠 정말 다악구 뿐이야!'라며 기대에 부풀어 가슴이 웅장해지게 만들었었죠. 그렇게 부푼 가슴을 안고 개봉 당일 보고나온 제 가슴은 바람이 덜 찬 튜브처럼 늘어지게 되었습니다.(빠지가고 싶다.) 우선 장점부터 살펴보자면 당연히 때깔! "아~정말 미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장면 하나하나가 포스터로 해도 될 만큼의 퀄리티였습니다. 초반 황정민이 고독하게 앉아있는 보라빛 야경이 보이는 횟집(?)은 정말이지 야경에 취해버려 아주 그냥 광어우럭연어회에 소주를 부르는 절경이었습니다.(왜 그 옛날 양반들께서 폭포수 앞에서 시 한수 읊으며 한잔하셨는지 이해가 되더이다.) 확실히 신경 쓴 해외 로케이션들을 더욱 받쳐주는 촬영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평소때보다 악역을 맡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이정재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 '레이'인데 자신의 통수를 친 어린 양들을 요단강으로 관광시켜주는(응?형 원래 염라아님?)주저없는 칼놀림과 피칠갑이 된 얼굴을 얼음으로 스프라이트 샤워할때의 청량감은 성정체성에 잠시 혼란이 올만큼의 압도적인 매력이었습니다...만... 이제 제가 말씀드릴 이 영화의 장점이 이게 끝이라는게 무척이나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뭐가 아쉬워서 한줄평에 엄마이름으로 대동단결하는 그 배대슈를 언급했는가..라고 물으신다면 기초공사의 지나친 부실함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영화는 흔하디 흔한 비유로 빛 좋은 개살구였습니다. 그것도 빛이 아주그냥 막그냥 광채가 삐까뻔쩍한 개살구였죠. 시작은 괜찮았습니다. 아무도 맡지않는 어려운 임무를 손쉽게 해결하는 황정민의 킬러씬은 캐릭터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기에 적절하였죠. 그런데 그 다음부터 뜬금없는 모녀의 공익광고같은 일상이 송두리채 무너지는 비극이 일어나는데 그걸 보고 전 속으로 '아..제발 황정민 딸만 아니어라..'라고 외쳤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는지...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앞으로 황정민과 딸 사이의 유대감을 설득력있게 쌓아가며 저 피도 눈물도 없는 레이가 이끌에내는 긴장감 속에서 기깔나고 임팩트있는 액션으로 헤쳐나갈 이야기를 보여주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었습니다. 캐릭터들에게 부여한 부성애,형제애라는 초반의 감정설정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얕아져서 아무리 황정민x이정재가 두눈 부릅뜨고 엎치락뒤치락 매치기,발차기,칼치기를 해도 감정적 동요가 생기질 않았습니다. 그저 와..액션멋있다,찍느라 되게 고생했겠다.라는 영화 밖의 생각들만 들게되니 되려 이럴거면 그런 설정들은 왜 넣었나..그냥 차라리 겉치레 감정들 다 뺀 킬러들 간의 세력다툼으로 맞닥뜨리게 하는게 더 낫지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되었네요. 그렇다보니 딸이나 형이라는 캐릭터들은 그저 두 주연 캐릭터의 앞으로의 행동을 위한 기능적 요소밖에 되지 않아 아저씨,테이큰,맨온파이어 같은 영화들이 생각나는 식상한 이야기인건 그렇다쳐도 그마저도 개연성을 우연과 편집증이라는 간편한 요소들로 넘겨버려 제목이 말하는 '악'에 둘러싸인 딸을 지키려는 부성애가 생각만큼 와닿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 참 아쉽네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강조하고 있는 액션도 기대만큼 충족시켜주지 못했는데 확실히 철창 안으로 칼을 쑤셔넣으며 끝까지 인남을 노려보는 이정재의 연기가 정점을 찍었던 인남과 레이의 첫 액션씬까지는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슬로우와 퀵으로 리듬감있는 타격과 임팩트를 주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이런 액션기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굳이 이때도 써야되나?싶은 장면들의 연속과 이전에 봐왔던 액션영화들의 연출들이 겹치다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밍밍해져버렸네요. 거기에 태국경찰의 사격실력의 하향과 언제나 박살나는 죄없는 전통시장, 그리고 비브라늄으로 만든듯한 캐리어(어디서 파나요?)등등 액션에도 개연성이 어느정도는 필요한데 그마저도 넘겨버리고 밀어붙이는 뚝심은 인정합니다. 솔직히 이렇게 아쉬움이 많긴 했어도 현재의 흥행추이를 보면 확실히 상업성은 잡은 킬링무비로써의 역할은 충분히 해주었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기대감이 너무도 커서 아쉬움이 배대슈를 봤을때와 겹치는게 안타깝지만요. 덧덧! 아, 박정민 배우의 연기요? 음..박정민 배우는 언제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잘해냈습니다.하지만 개인적으론 캐릭터설정이 신선해 감초역할로 좋았던거지 임팩트가 있었다고 말하긴 어렵네요. 그래도 앞으로도 박정민 배우의 행보는 언제나 기대합니다. 덧덧덧! 근데 이거보고나면 방콕은 못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