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모까모까

모까모까

6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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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란슬롯

영화 ・ 1974

평균 3.8

브레송의 영화가 취향은 아니지만, 그의 뛰어난 연출론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시네마토그래피의 단상>을 통해 그가 밝힌 연출 지론은 연극과 구별되면서도 거짓되지 않은 관념을 어떻게 시청각적 요소의 결합으로 구현하는가이다. 그는 영화를 카메라의 경제성을 기반으로 의도적으로 무의미한 쇼트들을 엮어 관계를 구성한다. 이러한 르누아르와 히치콕의 영향을 기본으로 그의 영화는 독자적인 두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브레송은 영화의 반복을 통해 변화를 일으킨다. 그 대표적인 예가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나 <볼로냐 숲의 여인들>에서 일기-편지 등을 쓰는 장면을 통해 같은 쇼트들이다. 동일한 쇼트들의 반복으로 다른 쇼트들에 변화를 일으킨다. 반복되는 것이 변화를 일으켜, 이야기의 구성이나 관념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둘째, 그 관계의 상징적인 요소들을 높은 빈도로 삽입하여 영화의 방향성이나 주제들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소매치기>에서 강렬한 염원과 고독함을 손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했고, <아마도 악마가>에서는 발자취에 집중하여 인간의 행적으로 찾는 주제를 암시한 바 있다. . 이렇듯 브레송의 필모에서 보여지는 두 가지 특징들은 영화 자체의 주제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며, 감독의 작가성을 보여주는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호수의 란슬롯>에서는 랜슬롯이 사랑과 죽음 사이에서 겪는 허무감을 관념으로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기묘하게도 그 두 가지 특징들이 '허무'라는 관념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니라, 스토리 속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쓰인다. 두 파벌로 나뉜 기사들이 행적을 위해, 그리고 마상시합을 표현하기 위해. 그렇기에 브레송의 특징을 드러내던 두 개의 기법은 스타일의 하나로 쓰여지지, 그의 작가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는 다른 지점에서 그의 작가성이 드러나는데, 거짓되지 않는 가장 순수한 감정을 어떻게 변화없이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다. 이 영화 속에는 현대 영화의 기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서사로 인해 등장하는 쇼트들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상시합에서 싸운 모습을 풀샷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강박적인 유사 쇼트를 반복시켜 관객에게 상황을 유추시킨 쇼트다. 영화의 모든 과정에서 우러나오는 허무라는 감정이 우선이지, 결투씬을 통한 랜슬롯의 승리의 쾌감이 우선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오프닝의 대결씬이 먼저 나온 것 역시 개인적으로는 액션보다는 죽음과 연결되는 허무의 감정을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엔딩에서의 기사들간의 혈투도 배제되고, 매복병들이 쏜 화살도 사람을 향하지 않고, 쐈다는 인식만을 남긴다. 즉, <호수의 랜슬롯>은 현대의 관점에서 상황만 이해가는 가장 간결하게 관계를 이어버린 기이한 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브레송이 편집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시청각의 결합과 관계없는 쇼트로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는 시네마토그래피의 지론에 부합한다. . 그렇기에 이 영화는 브레송의 특징만을 보여준 속 빈 영화이면서도, 시네마토그래피의 지론을 지키는 가장 브레송스러운 영화로 변모한다. 보여지기 위해 꾸며진 관념이 아닌 '허무' 그 자체를 보여주기 위한 형식들. 개인적인 감상으로 이 영화가 '극적 재미'는 크지 않기에 필자가 좋아할 영화는 아니다.(이것이 브레송이 증오하는 태도임에도 불구하고.) 다만, 작가의 고민이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 영화야말로 정말 좋은 영화라는 생각은 변함 없을 것이다.